대왕고래 유전 국부유출 막는다 … 해외투자자 겨냥 '횡재세' 도입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4. 9.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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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동해가스전 개발회의
유가 상승때 특별조광료 추진
조광료 부과 기준도 개편
생산량 대신 이익 기준 전환
英, 북해유전에 35% 횡재세
석유公, 내달 투자주관사 선정

국내 전문가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그동안 동해에서 수집한 물리탐사 정보를 미국 기업 액트지오에 분석을 의뢰했고 대왕고래를 포함해 7개 유망 구조에서 최소 35억배럴, 최대 140억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액트지오 선정 과정과 전문성 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호주 업체가 오랜 기간 동해 바다 아래를 훑었지만 석유 한 방울 찾지 못하고 철수한 사실도 드러나 정부 발표가 성급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7개 유망 구조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고, 오는 12월 중 첫 시추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조광제도도 연내 개편하기로 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이날 서울 석탄회관에서 국책 연구기관, 학회, 자원 공기업, 민간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2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모두발언에서 안 장관은 "기술자문위원회는 전반적으로 유망 구조 도출은 합리적으로 수행됐다고 평가했다"며 "석유공사가 1차 시추 대상으로 잠정 선정한 위치가 적정하고, 1차 시추 후 정밀분석을 통해 후속 시추의 성공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고 밝혔다.

기술자문위는 한국석유공학회, 대한지질학회 등 6개 학회가 추천한 대학교수 12명으로 구성됐다. 석유 탐사·개발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안 장관은 국부 유출을 막고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특별조광료로 불리는 횡재세를 도입하는 등 조광제도도 개편한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현행 조광제도는 정부가 조광료와 법인세, 지방세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조광료의 경우 소규모 개발에 맞게 설계돼 있고 정부 몫 확대도 어려운 구조"라며 "조광제도를 개선해 대규모 개발에 적용 가능하면서도 정부와 투자 기업 간 수익을 적정하게 분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광료는 기업의 수익성에 비례해 요율을 상향하는 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라며 "특별조광료를 도입해 고유가 시 정부가 투자 기업에 별도의 조광료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 기업, 특정 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에 대해서는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왕고래를 비롯해 동해 심해 가스전을 개발하려면 해외 투자 유치가 필수인데, 최대 140억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 탐사·시추에 성공해도 본격 생산까지는 10년이 걸리지만, 정부는 미리 국부 유출 가능성을 막고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횡재세는 영국 등 유럽 많은 국가가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특정 산업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세금을 추가로 더 걷는 방식이다. 갑자기 유가가 많이 올라 기업들이 큰 이익을 올린 경우 국민은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세금을 더 걷어서 인프라스트럭처, 복지 등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취지다.

영국은 북해 유전을 개발하면서 석유 메이저 업체에 횡재세 35%를 부과하고 있다. 기본 법인세 40%에 횡재세 35%를 합쳐 북해 유전 개발 업체들은 이익의 75%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산업부가 검토 중인 횡재세는 세금이 아니라 조광료의 일부분이다. 산업부는 특별조광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조광료 징수 기준은 해저광물자원법 시행령 별표에 나온다.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는 뜻이다.

횡재세가 이익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산업부는 현재 생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조광료 부과 기준도 손보기로 했다. 지금은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에 따라 3~12% 요율을 적용해 조광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 이익 기준으로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발 초기에는 투자자와 기업 모두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한다고 해서 조광료를 부과하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조광료를 징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편되는 조광료는 수익 규모에 따라 요율 차등화가 예상된다. 발생하는 수익 규모가 클수록 높은 요율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수익 규모에 따라 적용할 요율 등은 아직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광료 개편이 연내 마무리되면 해외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날 산업부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다음달 중 투자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한 곳을 주관사로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시추는 대왕고래 구조를 대상으로 오는 12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대왕고래 구조는 7개 유망 구조 중 가장 크고 원유와 천연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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