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金사과·金배추 도돌이표 이젠 끝내야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4. 9.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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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측면에서 한국은 참 불행한 나라다.

국토는 좁은데 기후변화 속도는 가팔라 농산물 가격이 널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2023년 한국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미국·일본·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13개국 가운데 1위다.

국민들이 사는 농산물 가격이 100원이라면 유통 과정에만 50원(유통 비중·49.7%)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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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측면에서 한국은 참 불행한 나라다. 국토는 좁은데 기후변화 속도는 가팔라 농산물 가격이 널뛴다. 극한 폭염·폭우가 좁은 땅에 몰아치니 농산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2023년 한국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미국·일본·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13개국 가운데 1위다.

정책 역량도 낮다. 문제가 터진 뒤에 대체 작물 할당관세를 낮추거나 수입을 늘리는 단기 대책만 내놓기 일쑤다. 올해 장바구니 물가를 가격한 금(金)사과, 금채소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다.

국내 정책으로 기후변화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보다 고도화해 대응해야 한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 과정부터 잡는 게 순서다. 국민들이 사는 농산물 가격이 100원이라면 유통 과정에만 50원(유통 비중·49.7%)이 들어간다. 출하·도소매 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껑충 뛰는 것이다.

사람을 통해 도매에서 경매로 거래되는 다단계 구조여서 디지털 전환이 어렵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송비가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을 퇴출하는 대책을 5월에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 경제 싱크탱크 EIU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농식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도시에 비해 2~3배 더 높다. 농협의 기능을 강화해 소비가 빈번한 수도권 인근에 대단위 유통기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배후시장이 가까운 대형 물류센터에 이 같은 작업을 맡겨 수급 안정 기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투자 물꼬를 트고, 사과·배 수입 창구를 막아놓은 상황도 개편해야 한다. 농가 생산비용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인 인력에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단가 인하를 노리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갈 길이 급한데 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정책만 할 것인가.

[김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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