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솜방망이…장애인시설 인권침해 열에 여덟은 ‘개선명령’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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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선 지난 2022년 시설 종사자가 이용자의 다리를 빗자루로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대나 보조금 유용 등 규정 위반으로 장애인 거주 시설에 내려진 행정 처분 10건 중 8건꼴로 가장 경미한 처분인 개선명령이 내려지는 거로 집계됐다.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은 성폭력이나 아동·노인학대가 아닌 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도 1차 위반 땐 개선 명령을 내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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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선 지난 2022년 시설 종사자가 이용자의 다리를 빗자루로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시시티브이)에 고스란히 담긴 폭행 상황을 확인한 안성시청은 ‘매뉴얼을 만들어 제출하라’며 가장 가벼운 행정 처분인 ‘개선 명령’만 내렸다. 이후에도 인권침해 사건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이 시설에선 종사자들이 이용자의 물건을 압수하고, 이에 흥분한 이용자에게 강제로 약을 먹인 뒤 방치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1년도 안 돼 같은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된 뒤에야 ‘시설장 교체’ 처분이 내려졌다.
학대나 보조금 유용 등 규정 위반으로 장애인 거주 시설에 내려진 행정 처분 10건 중 8건꼴로 가장 경미한 처분인 개선명령이 내려지는 거로 집계됐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차 위반 때는 ‘개선명령’만 내리도록 한 규정이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데, 반복되는 시설 내 인권침해를 끊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행정처분은 수위가 가장 낮은 개선 명령부터 시설장 교체, 가장 강력한 시설 폐쇄로 구성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장애인 거주시설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289건(중복 처분 포함)이었다.
이중 개선 명령이 239건(82.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설장 교체 처분을 받은 사건은 26건(9.0%), 시설 폐쇄 처분을 받은 사건은 24건(8.3%)에 그쳤다.
특히 폭행, 체벌 등 장애인 시설 이용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가벼운 처분이 대다수였다.
의원실이 학대, 부당한 체벌, 폭행, 성폭행, 금전 착취 등 ‘인권침해’로 분류한 규정 위반 115건만 추려보면, 이 중 88건(76.5%)에 개선 명령이 내려졌다.
낮은 행정처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배경으론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대개 첫 적발일 경우 ‘개선 명령’만 하도록 한 규정이 꼽힌다.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은 성폭력이나 아동·노인학대가 아닌 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도 1차 위반 땐 개선 명령을 내리도록 한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 행정처분은 반복될 가능성이 큰 시설 내 장애인 학대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령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은 2020년 장애인 학대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벼운 개선 명령만 받았는데, 이후 규정 위반이 이어져 장애인 학대와 방임을 포함한 26건의 위반 사실이 새로 적발된 지난해에야 시설장 교체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자체가 많지 않아 시설 폐쇄 등 강력한 처분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대하거나 심각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선 1차 위반 때 시설 폐쇄를 명할 수 있다”면서도 “시설 자체가 충분하지 않아 입소 대기자가 많은 데다, 이용자 분산도 어려워 대안이 없으면 개선 명령이나 시설장 교체로 갈음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선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는데 행정처분은 이런 성격을 무시한 채 1차 위반이라는 이유로 미약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탈시설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조차 적극적으로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설 내 인권침해까지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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