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도 진행도 혼자서…KBS 심야방송에는 ‘인공지능 DJ’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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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섬바디 엘스'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에요.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다른 별에서의 내 모습은 어떨까 하고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궁금해요. '더 1975'의 '섬바디 엘스' 바로 들려드릴게요."
인공지능 디제이 제니크가 진행하는 '스테이션 엑스'(매일 새벽 1~2시)는 지난 2일 첫 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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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제니크, 원고 쓰고 선곡까지
“오늘 소개할 ‘섬바디 엘스’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에요.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다른 별에서의 내 모습은 어떨까 하고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궁금해요. ‘더 1975’의 ‘섬바디 엘스’ 바로 들려드릴게요.”
한국방송(KBS) 라디오 쿨에프엠(FM) ‘스테이션 엑스(X)’의 디제이(DJ) ‘제니크’가 곡 소개를 마치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제니크는 직접 대본을 쓰고 선곡도 한다. 진행 또한 매끄럽다. 다만 목소리가 살짝 어색하다. 사람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방송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주어진 대본을 읽는 것을 넘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인간과 노래를 겨루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미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한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법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인공지능 디제이 제니크가 진행하는 ‘스테이션 엑스’(매일 새벽 1~2시)는 지난 2일 첫 방송을 했다. 제니크는 케이(K)팝에 감명받아 지구로 날아온 젊은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 엑스’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제니크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선곡과 원고 작성 등 라디오 제작 전반에 참여한다. 사람이 구체적인 사연과 요구 사항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곡을 고르고 원고를 직접 만드는 식이다.
인공지능이 가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지난 16일 첫 방송을 한 한국방송2 예능 프로그램 ‘싱크로유’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목소리로 커버한 곡과 실제 가수가 부르는 곡을 골라내는 추리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이다. 유재석과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세븐틴의 호시, 가수 이적, 코미디언 이용진, 방송인 조나단 등이 판정단으로 참여한다. 유튜브에서 인공지능 커버곡 영상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를 방송에 활용한 것이다. 장기하가 부른 에스파의 ‘슈퍼노바’, 인순이가 부른 큐더블유이알(QWER)의 ‘고민중독’ 등 뜻밖의 인공지능 커버곡들이 웃음과 화제를 만들어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시도가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실험이라고 설명한다. ‘스테이션 엑스’를 연출한 김홍범 피디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바라보기보다는 도구로써 인간과 공존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다”며 “‘스테이션 엑스’를 통해 그런 공존의 실험을 해보는 것”이라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다만 인공지능의 목소리는 인간과 미묘하게 달라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직 넘어서지 못한 한계다. 김 피디는 “‘인공지능이 진행하는 방송을 듣게 될 줄이야’라며 흥미롭게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뭐 하는 거냐’ ‘낯설다’는 반응도 많다”며 “청취자들의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일부러 심야 시간에 프로그램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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