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수심위, 직무관련성 결론없이 '법원 판단 받아보자' 방점
검찰 "김 여사, 인지 못했다" vs 최재영 측 "관계를 봐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김다혜 권희원 기자 =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기소를 권고한 데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만큼 최소한 사법부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최 목사 수심위는 각 위원이 차례로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과 이유를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직무 관련성 여부에 대해 모든 위원이 자기 의견을 밝히거나 별도의 투표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15명 가운데 8명이 기소 의견을 내긴 했지만 이들 모두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직무 관련성 인정 여부를 판단한 뒤 기소 여부를 주장한 위원이 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심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직무 관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하지는 못했다"며 "검찰과 최 목사 측 사이에 서로 다툼이 있고, 위원들도 제한적으로 공개된 수사 기록만으로 그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법원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아보자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 입장을 말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에 대한 의견이 몇 대 몇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렇게 논쟁이 된다면 재판을 하는 게 사법 불신이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위원은 법 문헌상 금품 공여자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 요건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금품 공여 행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든 없든 처벌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 관련성은 최 목사뿐 아니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경우에만 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은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등 다른 혐의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 수심위는 출석위원 14명이 만장일치로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당시에도 직무 관련성 여부에 대한 표결이 별도로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의 청탁금지법 위반은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김 여사 수심위 때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함께 입증돼야 하는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등 혐의를 위주로 심의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수심위에도 불구하고 '직무 관련성' 여부에 관한 논란을 잠재울 만한 일치된 결론은 도출되지 못한 셈이다.
이 밖에 수사가 미진해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지만, 검찰과 최 목사 측 모두가 이를 적극 주장하지 않아 배제됐다고 한다.
검찰은 전날 수심위에서 명품 가방 등은 사적 관계에서 주고받은 사교적·의례적 선물일 뿐이고, 선물과 무관한 일회성 청탁을 최 목사 측이 사후적으로 '짜맞추기'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초기에는 최 목사 본인도 청탁이 아닌 함정 취재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며 관련 언론 인터뷰 영상 등을 위원들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최 목사가 제3자의 임명을 부탁했다는 '국정자문위원'은 존재하지 않는 자리이고 어투도 '임명해줄 수 있느냐'는 정도여서 청탁으로 보기 어렵고, 김 여사는 이런 요청에 대체로 대꾸하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 여사는 부친과 인연이 있고 고향이 같은 외국인 목회자와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최 목사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명품 가방 등을 건넸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 목사 측 류재율 변호사는 직무 관련성은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의 '관계'에 초첨을 맞춰 판단해야 한다며 검찰의 입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감사의 표시로 교사에게 선물을 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예시를 들기도 했다.
최 목사는 처음부터 통일운동가로서 대북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싶다고 김 여사에게 밝혔고, 각종 청탁을 한 뒤에도 선물을 줬다며 적어도 청탁 이후에 건넨 명품 가방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 검찰 소환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10분가량 재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명품 가방은 청탁 목적이 아니라는 진술을 유도했다는 취지다.
양측의 의견 진술이 이후 추가 질의까지 이뤄지면서 심의는 8시간 가까이 장시간 진행됐다.
다만 심의위원들이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반박하는 식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수심위가 두 차례나 열렸지만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리적인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수심위 제도가 근본적으로 합당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 여론과 법 감정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수심위가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라'는 결론을 내는 것은 재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검찰에 부담을 전가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심위는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검증하는 것이 당연하고, 수심위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갖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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