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롯데·한화, 올해도 ‘가을’은 없었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와 한화의 올 시즌 각오는 남달랐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우승 3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이후 임기 내 한국시리즈에 우승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화도 마찬가지. ‘리빌딩은 끝났다’는 야심찬 구호 아래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까지 영입하며 ‘리그 최강 선발진’을 외치며 올 시즌 가을야구를 꿈꿨다. 시즌 개막하자마자 리그 1위에 올랐고 대전 구장에는 매 경기 만원 관중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시즌 초 성적이 추락했고, 노장 김경문 감독을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둘 다 힘이 부쳤다. 롯데는 지난 24일 수원에서 KT에 1대5로 패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한화도 최하위 키움에 4대5 역전패를 당하며 동시에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이 확정됐다. 양 팀 모두 염원하던 가을야구의 꿈은 올해도 신기루가 됐다.
◇타격 불붙은 롯데, 무너진 불펜이 발목 잡았다
올해 전반기를 마칠 때만해도 롯데는 가을야구의 꿈을 꾸고 있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도 서서히 타선이 불붙었고, 전반기 막판에는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김태형 감독이 우완 사이드암 유망주 우강훈을 LG에 내주고 내야수 손호영을 데려온 건 ‘신의 한수’였다. 윤동희(0.293)-고승민(0.297)-손호영(0.324)-레이예스(0.352)-나승엽(0.306)-전준우(0.288)으로 이어지는 상위 중심 타선에 발빠른 황성빈(0.319)과 조커 정훈, 이정훈 등 이른바 ‘화수분 타선’을 갖추며 리그 최상위 공격력을 갖췄다. 25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의 팀 타율은 0.283으로 정규 시즌 1위 KIA(0.301)에 이어 리그 2위다.
하지만 올 시즌은 불펜이 결정적 승부처에서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05로 리그 7위. 특히 롯데는 올 시즌 무려 38번의 역전패를 허용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패를 허용했다. 불펜이 7~8회에 무너지며 역전당하는 경기가 잦았다. 전미르, 최준용이 전반기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불펜 요원들이 과부하가 걸리며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 시즌 25세이브를 한 마무리 김원중도 올 시즌 6번의 블론 세이브로 2020시즌 8블론세이브 이후 최다 블론 세이브을 보이며 들쭉날쭉했다.
선발진도 예상처럼 굴러가지 않았다. 외인 선발 반즈와 윌커슨은 리그 최상위급 활약을 펼쳤고 김태형 감독이 발굴한 김진욱(19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5.31)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지만 팀 내 연봉 1위인 에이스 박세웅(29경기 6승 10패 평균자책점 4.73)이 전반기에 부진하며 기대에 못미쳤다. 김 감독의 기대를 받던 이인복이 극도의 부진으로 조기에 엔트리에서 빠졌고 4선발 나균안(24경기 4승7패 평균자책점 8.66)이 시즌 초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 선발 등판 전날 술자리에 있었던 논란 등으로 장기 결장 징계를 받는 악재도 있었다. 강팀의 기본 요건으로 꼽히는 수비도 여전히 미흡하다. 롯데의 올 시즌 수비 실책은 122개로 2위다.
◇부상 악재+중심 타선 약화...뒷심 딸린 한화
류현진의 영입에도 시즌 초 극도의 부진에 빠진 한화는 지난 6월 초 최원호 감독을 사실상 경질하고 김경문 감독을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팀 체질 개선에 시간이 걸렸고 후반기에 무섭게 치고 올라왔지만 결국 뒷심 부족으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개막 전 리그 최강 선발진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마운드 운용이 쉽지 않았다. 류현진은 복귀 후 전반기 적응 과정에서 들쭉날쭉했고, ‘차기 에이스’ 문동주는 시즌 초 극도의 부진에 빠져 2군에 다녀왔다. 후반기에 페이스가 살아났지만 시즌 막판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초반 외인 선발 페냐와 산체스가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 이하 실력을 보였고, 교체한 와이스(4승5패 평균자책점 3.99)와 바리아(6승6패 평균자책점 5.24)도 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 5선발 김민우가 부상으로 조기 시즌 아웃된 것도 아쉬운 대목.
중심 타선이 힘을 쓰지 못한 게 아쉬운 시즌이었다. 지난해 타율 0.298에 31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던 노시환은 ‘타고투저’에 홈런이 늘어난 올 시즌 도리어 타율은 0.270에 홈런은 24개로 전년보다 부진했다. 후반기에 살아난 채은성도 전반기에는 1~2할대 타율로 장기간 부진했다. 외인 타자 페라자(타율 0.277, 홈런 24개)도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타율은 0.271로 리그 8위다.
올 시즌 한화는 역전패 34번으로 리그 4위인 반면 역전승은 26승으로 리그 공동 최하위(8위)에 머물렀다. 잡을 경기를 제대로 잡지 못한 반면 상대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뒷심도 부족했다.
◇성과 있었던 시즌...내년에는 과연
하지만 두 팀 모두 성과를 보인 시즌이다. 통상 여름 막바지에 최하위로 쳐지며 가을야구 탈락이 조기에 확정되던 이전과 달리 두 팀 모두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의 희망을 유지하며 끈질긴 순위 추격전을 벌였다. 양 팀 팬들 사이에선 모두 “팀 체질이 많이 개선됐다”, “가을야구 희망을 갖게 해준 것만으로도 발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롯데는 타자 8명이 시즌 100안타를 넘겼는데 이는 2010년 이후 14년만이다. 불펜 보강이 이뤄진다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도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새로운 타자들이 활약하며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수비와 불펜도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시즌 선발 김민우의 복귀와 올해 고교 최대 유망주 우완 투수로 꼽힌 정우주의 합류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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