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수렁에 빠진 쌀 구하기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4. 9.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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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쌀이다.

쌀 문제 해결을 미룬 채 한국 농업의 미래를 말하는 건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그런데 이들 농가의 쌀 생산액이 전체 농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그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쌀 문제의 근본 해결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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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쌀이다. 쌀 문제 해결을 미룬 채 한국 농업의 미래를 말하는 건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전체 농가 중 여전히 절반이 조금 넘는 농가(51.9%·2022년 기준)가 벼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경작지는 전체 농경지의 47.6%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농가의 쌀 생산액이 전체 농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그친다. 우리 농업의 비효율을 벼농사가 그대로 보여준다.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데도 농가들이 벼농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작 면적에 따라 직불금이 나오는 데다 기계화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 비축과 시장 격리를 통해 쌀값을 지지하다 보니 채소처럼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할 위험도 적다. 그런데 정부가 작년까지 10년간 공공 비축 이외에 추가로 시장 격리를 위해 쌀 매입에 투입한 돈이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쌀은 3년 정도 창고에 보관하다가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헐값에 매각되기 때문에 보관료를 감안하면 돈을 허공에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에서 벼멸구 확산으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조량이 좋아 풍작이 예상된다. 쌀값은 벌써부터 심리적 저항선인 80㎏당 20만원을 크게 밑도는 1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는 손에 쥐고 있는 카드를 전부 사용할 태세다. 새로 수확할 쌀 중 10만t가량은 아예 처음부터 사료용으로 처분하기로 했고, 추가로 발생하는 초과 생산량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시장 격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감축 면적 할당을 검토하고 벼 재배 면적 조정에 참여한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미이행 농가에는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쌀 문제의 근본 해결과 거리가 있다. 벼 재배 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추세여서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도 무시 못할 변수다.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는 정책도 예산의 한계를 감안할 때 미봉책일 뿐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쌀을 구할 근본 대책은 쌀 소비를 늘리는 일이다. 다만 내수로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쌀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쌀을 원료로 하는 다양한 식품 개발에 사활을 걸면 가능성이 있다.

쌀과자, 쌀면, 쌀파스타, 쌀라면, 쌀바 등 가공식품으로 K푸드 열풍에 올라타야 한다. 쌀을 활용한 건강기능성식품도 좋은 대안이다. 쌀과 나물을 결합한 쌀샐러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겠다는 중소기업도 있다. 일본이 사케로 쌀을 소비하듯이 우리도 쌀을 원료로 하는 술의 세계화를 통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이런 일은 정부가 할 수 없다. 기업에 맡겨야 한다. 그러자면 쌀과 주류, 식품 분야에 녹아 있는 규제를 찾아내 전부 풀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민관이 함께 '코리아 라이스팀'을 결성해 힘을 모으는 것도 방법이다.

벼농사를 억지로 줄이기보다 오히려 농민들이 마음껏 벼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농업이 산다.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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