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심과 중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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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충북도청 광장에서는 무더운 열대야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나와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김 선수가 화살을 과녁에 쏘고 그 위로 '충북,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다'란 홍보 문구가 솟아오르는 홍보물이 완성됐다.
연습벌레인 그의 손을 부여잡고, 충북이 세계의 중심에 서기를 염원하는 것처럼 김 선수도 세계 양궁의 중심에 우뚝 서는 것을 진심으로 기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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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충북도청 광장에서는 무더운 열대야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나와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등록 문화재인 도청 본관 건물을 이용해 미디어파사드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벽면에 대청호 용이 날아오르자 80년이 넘은 도청 건물은 유럽의 오래된 성곽 같은 느낌으로 확 다가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왔던 범고래의 몸짓은 바다가 없는 충북에 상상력의 바다를 선물하는 것 같았다. AI(가상현실)로 만들어진 영상 속 기계인간은 EDM(전자음악)으로 하나가 된 관람객들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어루만지는 듯한 이색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한 켠 자리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선수가 나타났다. 파리 올림픽 3관왕으로 대한민국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영웅이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고향의 축제 현장을 찾은 것이다. 도청 앞에서 김 선수를 만나니 불현듯 1년 전의 인연이 또렷이 떠올랐다. 작년 여름 충청북도는 새로운 이름(BI)과 얼굴(CI)을 개발하고 홍보영상물을 제작했는데, 그 시작 장면이 바로 김우진 선수가 활을 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시 어떻게 하면 충북의 슬로건인 '중심에 서다'라는 메시지를 임팩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충북 출신인 김 선수가 떠올랐다. 국가대표인 그가 과녁의 중심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모습이 전광석화처럼 스쳤다. 이렇게 김 선수가 화살을 과녁에 쏘고 그 위로 ‘충북,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다’란 홍보 문구가 솟아오르는 홍보물이 완성됐다.
이 영상 홍보물 제작은 올림픽에 대비해 선수촌에서 맹훈련 중이던 김 선수가 BI선포의 취지를 이해하고 협조해주어 가능한 일이었다. 스치듯 지나친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때 김 선수 손바닥에 박힌 굳은 살을 확인하며 감명을 받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연습벌레인 그의 손을 부여잡고, 충북이 세계의 중심에 서기를 염원하는 것처럼 김 선수도 세계 양궁의 중심에 우뚝 서는 것을 진심으로 기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그는 1년 뒤 올림픽 3관왕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는 꿈을 이뤘다.
올림픽 기간 내내 휴대폰에 저장된 1년 전의 그 홍보 영상을 찾아서 열심히 돌려보고, 이런 기적같은 일을 우리가 1년 전에도 생각하고 간절히 바랐음을 주변 분들에게 알린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김우진 선수는 공식 초청인사로서가 아니라 도청 인근에 사는 이웃 주민, 아빠의 한 사람으로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그에게서 받은 사인판 배경 문구는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 김우진’ 이었다. 1년전 받은 문구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은 이미 흘러간 과거였다. 이제 그가 다음 목표, 더 큰 중심을 향해 뛰기 시작했으니, 사인판 배경은 또 다른 새로운 문구로 채워질 것이다. 김우진 선수와 충북도민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 모두 '중심에 서자'고.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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