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낼 텐데, 어째 받을 건 줄어?” 국민연금 자동조정, 이러다 불신만 키울라
정부 “인상률 하한선 0.31%” 실질적 영향 ‘촉각’
‘자동조정장치’.. 인구구조·경제 변화 따라 조정
연금 소진 시점 연장, 청년 세대 부담 등 문제
정부가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낸 돈만큼도 못 받는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부처에선 ‘하한선’을 설정해 낸 돈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정책이 가져올 실질적인 영향이 무엇인지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25일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하한선을 둬서 낸 것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자동조정장치 도입 때는 50살 때 연금이 최대 15.6% 감액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기금 소진 시기를 2088년까지 32년 늦출 수 있어 후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입니다.
이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의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하는 액수 중 일부를 조정하는 것으로, 연금 수급액 자체가 삭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 당국은 강조했습니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가입자 수, 기대여명 변화 등을 반영해 연금 인상폭이 제한됩니다. 구체적인 산식은 ‘연금액인상률=소비자물가변동률-(3년평균가입자증감율+기대여명증가율)’입니다.
예컨데 기존에 받던 연금이 월 100만 원이고 물가 상승률이 2%라면 이듬해 연금은 2만 원(2%)이 더해지면서 102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장치가 발동하게 되면 상승 폭은 이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이날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을 때 내년 50살이 되는 1975년생 연금이 최대 15.6%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300만 원을 버는 평균소득자는 현행 보험료 9%·소득대체율 40%인 체계에서 생애 3억 5,637만 원(2024년 현재가치)을 받습니다.
하지만 2036년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보험료 13%·대체율 42% 조정 가정) 연금액은 3억 66만 원 수준으로 5,571만원 감소해버립니다.
또 같은 시기 20살(2005년생) 연금액은 2억 8,492만 원에서 2억 5,339만원으로 11.1% 줄어듭니다. 30살(1995년생)는 2억 9,247만 원에서 2억 5,326만 원으로 13.4% 40살(1985년생)는 3억 1,371만 원에서 2억 6,794만 원으로 14.6% 각각 줄어듭니다.
이는 모두 월 300만 원 소득, 가입기간 40년, 수급기간 25년으로 동일하게 가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산출한 수준입니다.
반면 2054년에 발동될 경우에는 50살 때 수령 연금액은 3억 4,664만원으로 2.7% 감소에 그쳤습니다. 20살은 2억 5,339만원으로 앞서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11.1% 줄었습니다. 20살이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가 2070년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가 일찍 발동될수록 국민연금의 재정이 안정화되고 후세대와의 불균형도 줄어드는 셈인데, 자동조정장치가 2036년에 발동되면 국민연금의 소진 시기는 2088년으로 현행 대비 32년이 늦춰질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정부안은 연금 ‘인상분’을 조정하는 만큼, 이처럼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도 전체 연금으로 받는 돈은 전년도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이 차관은 “인상률의 하한선을 0.31%로 설정하겠다”라면서, 이같은 하한선 설정을 통해 본인이 납부한 것 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0.31%는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내는 소득 최고위 계층이 최소 낸 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인상률 수치입니다.
이 차관은 연금행동 등 시민단체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수령액이 20% 삭감될 것이라 추산한데 대해 ‘0.31%’란 최소한 보장(하한선)을 감안하지 않고 추계해 (정부안과)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또 중장년층의 부담·반발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세대별 보험료 차등화’ 안에 대해선 “이미 세대 간 기여와 혜택이 다르다”라면서 “세대별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여러 차례 연금개혁이 시행되면서 보험료율은 점차 증가했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졌는데, 윗세대일수록 이미 ‘덜 내고 더 받던’ 시절에 가입하면서 혜택을 누렸다는 얘기입니다.
실례로 50살의 경우 보험료율(현행 9%)이 6%, 소득대체율이 70%(현행 42%)인 시대를 거쳐 차등화를 적용해도 생애 전체로 보면 평균 보험료율 9.6%, 소득대체율은 50.6%가 됩니다.
하지만 가입 출발점이 다른 20살은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12.3%, 소득대체율은 42.0%가 되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또 “1살 차이로 생애보험료를 더 낼 수도 있다”는 등 보험료율 인상 경계선에 있는 연령대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에 형평성 있는 부과 방안을 보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차관은 “현재도 하루에 885억 원 정도의 연금 부채가 쌓이고, 연금기금 소진 후에도 연금은 줘야해서 그만큼 후세대가 더 부담을 해야 한다”라며 “연금개혁은 청년을 위한 개혁이자 올해가 최적의 골든타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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