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의기투합`… 반도체·배터리 협력 확장 주목

장우진 2024. 9. 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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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제휴·상호협력 업무협약
자동차와 집 잇는 플랫폼 개발
차량에 SDV 적용 2026년 목표
최진희(왼쪽부터) 포티투닷 부대표, 권해영 현대차·기아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상무,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 사장,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 최승범 삼성전자 DPC센터장 부사장, 박찬우 삼성전자 DPC개발팀장 부사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위한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협업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확장되고 있어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달라진 '3세 경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양사는 삼성전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 1995년 이후 25년여간 단절된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러한 해묵을 갈등을 끊어내고, 소통 재개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확실한 의기투합에 나선 모습이다.

25일 양사가 체결한 '기술 제휴·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은 올해 초 맺은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 협약이 연장선상이다.

양사는 지난 1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 제휴 협약을 맺고,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과 연동해 차세대 스마트홈-모빌리티 서비스와 통합 홈에너지 관리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글로벌 위치 확인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파인드' 등의 기술이 추가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간 거래(B2B) 인공지능(AI) 사업에서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은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에서 '스마트싱스 프로'를 기반으로 한 'AI B2B' 솔루션을 제시한 바 있다. 스마트싱스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분야라면, 스마트싱스 프로는 주거용 건물, 상업용 건물 등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B2B 전용 통합 연결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IFA 2024에서 'AI 아파트', 'AI 오피스', 'AI 스토어', 'AI 스테이' 등의 AI B2B 솔루션을 제시했는데, 한 달도 채 안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업에 따라 모빌리티의 개념을 '이동' 중심에서 '공간 경험'으로 전환하는 현대차의 SDV 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됐다. SDV는 소위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인식되며, 현대차그룹은 작년 초 '2025년 SDV 대전환'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차량 적용은 2026년을 기점으로 제시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송창현 사장 역시 작년 11월 HMG컨퍼런스에서 자동차를 'SW-하드웨어(HW) 분리 개발'을 의미하는 디커플링 제시하며 SW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중 하나인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기로 한 만큼 양사의 미래차 동행을 끈끈하게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차량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올해 275억5000만달러(36조7000억원)에서 2032년에는 1165억6000만달러(1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연 평균 19.8%의 고공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오픈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차량 데이터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엔 '2025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외부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해 '킬러앱'을 개발할 수 있는 SDK와 SDV를 위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마켓 구축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양 사의 단단한 동맹 관계는 단순 미래차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넘어 국내 수출을 이끄는 두 핵심 기업 간 동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사는 삼성전자가 1995년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실상 연이 끊겼지만, 2020년 5월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전격적인 회동에 나서면서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후 삼성전자는 내년 공급을 목표로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삼성전기의 경우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5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양사의 협업 구도가 전장, 소프트웨어를 넘어 반도체·배터리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차량용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에 나섰으며,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와 함께 안정적인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뿐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에 적용 가능한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한 협업 기대감도 나온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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