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 떼이는 전세금만 4조원···HUG의 예고된 자금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 한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금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여파로 인한 HUG의 자금 고갈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보증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에게 대위변제해준 금액은 2조7000억원이었다. 월 평균 3425억원 꼴이다. HUG는 남은 4개월 동안에도 현재 추세가 이어져 올해 대위변제 금액이 4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HUG가 1년 전 추정한 예상 대위변제액(2조9860억원)보다 37% 늘어난 것이다. HUG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이 2023년 3조165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2조9860억원, 2025년 1조7268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여파가 HUG의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HUG의 손실이 예상보다 커지게 된건, 전셋값이 집값의 90%를 넘는 깡통주택에까지 무리하게 보증을 해준 영향이 크다. 올해 8월 기준 HUG 전세보증사고액은 총 3조4314억원인데, 이 중 담보인정비율이 90%를 초과하는 보증에서 사고가 난 비율이 68%(2조3601억원)에 달했다. 담보인정비율 90% 초과 구간의 사고율은 26.9%로, 80~90% 이하 구간 사고율(7.5%)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집주인에게 보증을 서준 돈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리한 보증 발급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HUG 내부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HUG는 2020년 9월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보증 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전세보증 가입한도를 낮춰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이를 16차례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고 대규모 깡통전세·전세사기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지난해 5월 신규 전세계약에 대한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뒤늦게 낮췄다. 하지만 담보인정비율 90% 이상 주택에서의 사고율은 이미 빠르게 급증(2020년 6.8%→2023년 26.1%)한 뒤였다. 정부는 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한 만큼 사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세사기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손 의원은 “도입 취지와 다르게 전세보증제도가 전세사기범을 배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전세보증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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