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조정 D-1…MBK 선택은

최성준 2024. 9. 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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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주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아 조정 필요 상황 
26일 이후 조건변경시 마감시한 10일 더 연장
동시진행 영풍정밀 공개매수 조건 변경 가능성도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기간을 바꾸지 않고 매수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남았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라 상향 조정이 필요해진 상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0.72%(5000원) 오른 70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MBK가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66만원)보다 6.6% 높은 수준이다.

지난 13일 공개매수 발표 이후 급등한 고려아연 주가는 매일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며 20일 장중 한때 7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단한번도 매수가격을 밑돌지 않았다.   

이처럼 매수가격보다 높은 주가 수준이 유지되면서 MBK가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서는 매수가격을 높이는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앞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서도 매수가격보다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자 MBK는 가격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MBK가 10월4일로 제시한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26일이다. 자본시장법 136조에 따르면 공개매수 조건을 정정한 날이 공개매수 종료일 전 10일 이내에 해당하면 정정한 날부터 10일이 지난날이 종료일이 된다. 26일부터 10일이 지난날은 10월 6일이다. 다만 5일과 6일은 주말로 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종료일은 4일이고, 이는 기존 공개매수 종료일과 같다.

만약 MBK가 27일 이후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 매수 종료일을 10일 더 연장해야한다. 이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대응할 시간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선택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도 시점만 남아있을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풍 장씨 일가와 특별관계자를 해소하면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최 회장은 MBK의 선택을 지켜보며 준비해온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MBK는 공개매수 성공에 자신감을 나타내왔다. 고려아연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영풍 및 장씨 일가,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외한 기타주주는 48.8%인데, 이 기타주주 중 97.7%가 기관투자자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다.

지난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장기투자자여서 자체 파악으로는 평균 취득 단가가 45만원 아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좋은 수익을 안겨주는 공개매수라고 생각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48.8% 기타주주 중 고려아연과 사업적 협업 관계인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의 지분을 빼더라도 35%가량의 지분 중 공개매수 최소수량인 7%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한 고려아연 기타주주 주주구성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MBK의 논리에도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고, 최윤범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 전략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가격 상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하지 않으면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물량이 많은 기관이 매도할 생각이 있다면 할인율을 적용해 블록딜을 해야 하는데 70만원 기준 5% 할인했을 때 66만원 정도라 공개매수라는 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인해 거래량이 늘어난 상황이라 할인을 안 해도 지분을 팔 수도 있어 현 가격에서 실제 참여하는 기관이 많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주식을 담은 펀드를 운용하는 한 운용역도 "아무리 매입단가가 낮더라도 70만원에 팔 수 있는 걸 66만원에 팔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풍과 공동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MBK는 고려아연 보통주 144만5036~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6.98~14.61%)를 확보하는게 목표다. 이 중 MBK파트너스가 사들이려는 물량(144만259~301만4881주)이 대부분이다. MBK는 경영협력계약을 맺은 영풍(현재 33.13% 보유)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물량을 6.9%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동시에 진행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에서도 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주식 38만2508주(1.85%)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인 66만원 기준으로 해당 지분을 매입하려면 2524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MBK는 영풍정밀 주식 684만801주(43.43%)를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고 있다. 이미 영풍 측이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21.25%)를 감안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28.75%)만 공개매수로 확보해도 성공이다. 이 경우 25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지배권을 905억원 가량에 취득 가능한 셈이다.

현재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지분 35.25%를 보유해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회사다.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단순히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3.7%의 격차를 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상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최윤범 회장 측도 영풍정밀에 대한 지배권을 빼앗긴다면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소 15% 이상의 지분을 추가확보해 영풍정밀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2만원)보다 13.7% 높은 2만2750원으로 마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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