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파트너 액시엄스페이스 '자금난'…임동주 "스타트업 흔히 겪는 일"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전반적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 전체의 투자가 위축됐습니다. 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도 신생 우주기업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25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난 임동주 보령 뉴포트폴리오인베스트먼트(NPI) 그룹장은 보령의 우주사업 핵심 파트너인 액시엄스페이스가 최근 겪고 있는 자금난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우주항공국(NASA)와의 계약을 성사시켜 자금난을 해소하는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도 초반에는 정부 기관의 투자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임 그룹장은 보령과 액시엄스페이스의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30년 퇴역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를 대체하는 지구 저궤도(LEO) 민간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이다. 보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789억원)를 투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자지라캐피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지금까지 유치한 총 투자액은 5억 달러(약 6653억원)에 이른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던 액시엄스페이스는 최근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800여 명의 직원 중 1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남아있는 직원들의 임금도 20% 삭감했다.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계약 위반 통지를 받기도 했다.
액시엄스페이스에서 해고된 직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금난에 직면한 회사가 궁여지책으로 우주여행과 우주복 개발에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면서 핵심사업인 우주정거장 개발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임 그룹장은 "액시엄스페이스의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은 사실"이라면서도 "우주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치거나 할 정도의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주 분야 외에도 일반적인 스타트업이 초기에 흔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란 것이다. 경쟁기업인 보야저 등과 비교해도 액시엄스페이스의 경영 성적표가 특별히 나쁜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규모 인력감축이 진행된 데 대해선 초기에 많은 인력을 채용했던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필요한 인력을 추리는 효율화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정거장 개발이 아닌 다른 분야에 회사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가 진행 중인 다양한 사업 계획의 일부만이 부각된 점도 있는 것 같다"며 "핵심 사업 목표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문제 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 그룹장은 액시엄스페이스의 재정적 어려움은 내년 초에는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 내다봤다. 우주업계에 따르면 NASA가 지원하는 우주유영(EVA)용 우주복 개발사업에서 액시엄스페이스와 함께 선정된 경쟁사가 계약에서 이탈한 가운데 단일 계약업체가 되면 큰 규모의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 그룹장은 "내년 초와 내후년에는 우주정거장 개발 임무와 관련된 중요한 NASA의 사업 계약이 공고될 전망인 만큼 이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면 핵심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회 한미 스페이스헬스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임 그룹장은 보령의 우주사업 로드맵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유인 우주여행과 같은 상업적 우주비행 산업이 성장하면서 우주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랙스가 준비하고 있는 ISS 기반 우주의학연구 인프라는 이러한 연구를 아우를 수 있는 양질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최근 미세중력환경이 단백질 염기서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기술이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은 사례 등을 언급하며 "NASA의 인간 연구 프로그램(HRP)이 지원하는 다양한 의학연구에 기여할 기술력을 착실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