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나일 로저스 내한공연, 존경과 아쉬움 교차하는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펑크(funk)의 모든 것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펑크 음악가는 연주하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조지 클린턴은 항상 '당신의 엉덩이를 움직이고 싶어. 느슨한 엉덩이를 원해.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잼을 해'라고 말하곤 했다. 항상 사람들이 춤추기를 원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질이다." 나일 로저스
한 시대를 풍미한 미국의 펑크마스터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 시크(CHIC) 내한공연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주최로 24일(화) 오후 8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리더이자 기타‧보컬의 나일 로저스 외에 리드보컬 킴벌리 데이비스(Kimberly Davis)와 오드리 마텔스(Audrey Martells), 베이스 제리 반스(Jerry Barnes), 드럼 랄프 롤(Ralph Rolle), 건반 러셀 그레이엄(Russell Graham), 건반‧기타 리처드 힐튼(Richard Hilton), 트럼펫 스티브 얀코프스키(Steve Jankowski), 색소폰 켄 지오프레(Ken Gioffre) 등의 라인업으로 한국을 찾았다. 나일 로저스 연주세계와 시크 멤버들 관련 내용은 2023년 4월 20일, 2024년 7월 13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과 '기타신공'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나일 로저스 앤 시크' 내한 공연장이 한산한 편이라 놀랐고, 현단계 대세 장르가 펑크일 뿐 아니라 실용음악 전공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임에도 젊은 층이 너무 적어서 또 한 번 놀랐다.
1. 존경
'나일 로저스 앤 시크'의 공연은 오후 8시부터 시작했다. 1분도 어기지 않고 공연 시간을 지켰다. 8시 2분쯤 나일 로저스가 무대에 나타나자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음악으로만 접하던 레전드와 무려 5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인 만큼 함성소리는 대단했다.
곧이어 최대 히트곡 'Le Freak'을 시작으로 'Everybody Dance', 'Dance, Dance, Dance', 그리고 'I Want Your Love'까지 노래하며 한국 첫 공연을 알렸다. 몇 곡을 노래한 나일 로저스는 "휴~" 하고 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언제나 청춘이 아니란 걸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겁니다"라고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에 기뻐했다. 이어 다이애너 로스 I'm Coming Out과 Upside Down 등을 선보였다. 나일 로저스는 (고령에 따른) 뻣뻣해 보이는 허리로도 무대에서 '살짝' 뛰어 다니거나 점프하는 등 선방했다.
인트로-벌스-브릿지-후렴(훅)-아웃트로라는 일반적인 송폼과 달리 나일 로저스가 작곡한 노래의 거의 90% 이상은 후렴구(훅)부터 시작한다. 'Le Freak', 'Good Times', 'Dance, Dance, Dance', 'Upside Down'(다이애너 로스), 'We Are Family'(시스터 슬레지) 등등.
이처럼 초반부터 시선을 끌게 하는 방식의 킬링 콘텐츠 작법으로 나일 로저스와 시크는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갔던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선보인 많은 곡들도 이처럼 후렴부터 등장하는 전형적인 나일 로저스 스타일의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키보드의 토킹모듈레이터(토크박스) 효과가 함께하는 추억의 사운드도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다. 브라스 가세로 전통 소울 펑크의 체취를 더하게 했고, 공연 후반엔 드러머 랄프 롤이 리드보컬까지 겸하며 무대를 리드해 가기도 했다. 시크는 모든 멤버가 보컬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연령대 높은 멤버의 조합인 만큼 이러한 보컬 소화력으로 각자 힘을 비축해가는 노하우로 사용하고 있었다.
킴벌리와 오드리는 소리길이 잘 잡혀 있는 정통파 아메리칸 소울 보컬 디바를 연상케 했다. 킴벌리는 어떠한 고음에서도 체스트보이스(흉성)를 견지하며 힘으로 물어부치는 와중에도 소리를 폭발적으로 쭉쭉 뻗어나가게 했다. 탄탄하게 고음을 지속하는 강철 같은 성대, 모든 악기를 뚫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성량이었다. 오드리는 난도 높은 중저음에서 자유로이 스킬을 구사하는 발성이 돋보였다.
성대를 붙여 진성으로 소리를 내며 이걸 체스트에서부터 강하게 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소리길을 가장 확실하게 잡는 방법 중 하나다. 이를 토대로 헤드보이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시크'의 두 보컬이 이런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시크'는 과연 일당백 용사들이 모인 팀이었다. 두 명의 리드보컬 외에 모든 멤버는 60을 넘었거나 70대 전후의 노장 연주자들이다. 일종의 시니어 음악가의 펑크 그루브랄까.
2. 아쉬움
이러한 시니어 멤버의 조합은 곧 '시크'란 팀의 자랑스런 유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이 또한 아쉬움으로 나타났다.
앞서 나일 로저스의 말을 인용했듯이 펑크는 율동을 음악에 담고 음악을 율동화하는, 리듬에 가장 특화된 스타일을 지향한다. 그래서 여타 장르와 달리 베이스나 드럼 등 리듬의 골격을 다지는 파트만의 독특한 비트 연출이 요구된다. 그것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싱코페이션이든 고스트비트 또는 그 외 다채로운 방식의 연출이든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의 어택도 함께하면 더욱 넘실거리는 그루브의 향연이 된다.
세계의 많은 중견 뮤지션들은 젊은 음악인을 충원해 팀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건 펑크에만 국한하지 않고 록, 재즈, 블루스, 소울 등 모든 장르에서 볼 수 있다.
공연 중반 브라스 멤버가 무대 중앙으로 잠깐 내려올 때가 있었다. 그런데 무대 앞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였다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브라스 음색이 생기가 없었고 밋밋했다. 한 둘 정도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했더라면 더욱 생기있는 그루브 연출에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젊은 연주자 1~2명이 가세한다면 팀웍 등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50년 넘는 경력의 레전드 뮤지션 나일 로저스에게 젊은 연주자를 너무 튀지 않고 적절하게 팀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크의 리드보컬이 여럿 바뀐 아픈 과거가 있긴 하지만.
나일 로저스는 많은 아티스트와 콜라보하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의 밴드를 좀 더 젊고 활기차게 하는 데엔 신경을 덜 쓰는 것일까?
20세기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명곡들을 설계한 나일 로저스와 시크의 음악이 앞으로 중‧장년 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고루 포괄할 수 있고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이들의 음악이 모든 세대의 클래식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피 수혈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싱코페이션이 내게 중요한 이유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완벽하게 설명했다. 음표 사이의 음표다. 당신을 펑키하게 만드는 것은 침묵이다. 내 스타일이 특히 펑키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음표 사이의 음표를 매우 조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른손으로도 댐핑한다. 왼손으로 그냥 놓는 것이 아니라 왼손을 놓고 오른손으로 댐핑한다."
나일 로저스가 예전에 해외 악기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70대 시니어들 구성의 '펑크' 밴드가 공연장에서 이런 액션을 하는 건 그루브 차원보다 '뻔하고', '지루함'을 줄 수 있다. 펑크라 해도 존 스코필드식의 '펑크'와 시크의 '펑크'는 엄연히 다르다.
SET LIST -------------------------
Le Freak [CHIC]
Everybody Dance [CHIC]
Dance, Dance, Dance (Yowsah, Yowsah, Yowsah) [CHIC]
I Want Your Love [CHIC]
I'm Coming Out [Diana Ross]
Upside Down [Diana Ross]
He's the Greatest Dancer [Sister Sledge]
We Are Family [Sister Sledge]
Like a Virgin [Madonna]
Material Girl [Madonna]
Modern Love [David Bowie]
CUFF IT [Beyoncé]
Get Lucky [Daft Punk]
Lose Yourself to Dance [Daft Punk]
Lost in Music [Sister Sledge]
Notorious [Duran Duran]
Thinking of You [Sister Sledge]
My Feet Keep Dancing [CHIC]
Chic Cheer / Love Like This
My Forbidden Lover [CHIC]
Let's Dance [David Bowie]
Good Times [CHIC]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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