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역할극”…논란의 ‘금투세 토론회’ 後, 오히려 ‘미궁’ 빠진 민주 당론

변문우 기자 2024. 9.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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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견 좁히지 못한 민주…‘유예 對 시행’ 대립 속 ‘폐지’ 주장까지 나와
지도부 “한 달간 의견 수렴 후 당론 결정”…당내선 ‘조속한 당론 결정’ 촉구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정책 당론을 정하기 위해 공개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나는 분위기다. 토론회와 관련해 당내 의원들의 "역할극" "인버스 투자" 발언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당내 주류층에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결국 민주당은 한 달 간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천천히 당론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론회, 갈등 해소 아닌 증폭 과정"…민주당 주류층도 일침

민주당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정책 디베이트' 금투세 토론회를 열고, 금투세 시행 유예 측(유예팀)과 예정대로 내년 시행 측(시행팀)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다. 양측은 모두 금투세 도입 자체에 대해선 찬성했지만, 그 시기를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유예팀은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급선무라 주장했다. 반면 시행팀에선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각종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행팀 토론자로 나선 이강일 의원은 토론회 직전에 한 주식 투자자에게 "평생 저주할 것이다. 내 자산을 앗아가게 만든 데 일조한 사람은 평생 간다. 잘 판단하라"는 협박성 문자에 대해 "이번 토론은 디베이트 토론으로 '역할극'에 일부"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자 캡처본이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여기에 토론회 과정에서도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시행팀 수장이었던 김영환 의원은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를 하면 된다"고 답한 것이다. 김 의원이 언급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 등 기초지수가 떨어질 때 반대로 가치가 올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금투세 폐지나 유예 측 주장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의 '인버스' 발언이 나온 것이다.

해당 발언이 생중계되자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선이 망할 것 같으니 매국에 투자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국내 증시 망하는 쪽으로 베팅하라는 말이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상대측 질의 내용을 비꼬는 과정에서 인버스 투자를 거론했을 뿐이다. 인버스 투자 권유는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내 주류층에서도 토론회 과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5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해관계에 있는 국민들이 (토론회를) 다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작 전 금투세 시행을 강력 반대하는 분들이 오셔서 굉장히 소란스러웠다"며 "(토론회가) 결국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는, 증폭시키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중 처음으로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 놓은 다음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이 낫다"며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는 유예로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금투세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뉜 토론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천천히 정하자'는 지도부에…"시간 끌수록 주식시장 피해"

이처럼 당이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곧바로 금투세 당론을 정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통해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토론회와 관련해 민주당의 정책역량과 수권 능력을 잘 보여준 토론회라는 평가가 있었다"며 "한 달여 기간 동안 의원총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절차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시행팀도 유예팀도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다"며 "다만 당장 내년 1월에 시행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일단 유예하고 상법 개정 등의 조치를 먼저 시행하는 게 좋을지를 두고 명백하게 입장이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 국정감사에 충실히 하는 동시에 금투세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갈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의원총회를 열어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폐지'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당론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빨리 결정하는 게 낫다. 오래 끌수록 주식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라며 "다수결을 해서라도 내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서 유예팀 주자로 나섰던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론을)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저는 (금투세 문제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느끼는 분들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사실 (결론 도출 시점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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