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시장은 "아직 부족하다"
5% 경제성장률 달성에 빨간불 켜지자 적극 통화정책
中 증시 급등하며 환호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
"불경기에 누가 대출?", "실물경기 부양책은?" 지적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과 정책금리, 주택 대출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최대 규모 부양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中 금융당국 "금리 낮춰줄께 대출받아 부동산·주식 사라"
이 자리에서 판 행장은 "조만간 지준율을 0.5%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p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유치한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 비율로 지준율을 낮추면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판 행장은 이어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에서 1.5%로 0.2%p 인하하고,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도 0.3%p 낮추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날 인민은행은 금리를 인하한 MLF 자금 3천억위안(약 56조 8천억원)을 시중 은행에 공급했다.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서는 기존 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 주택 대출 금리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고,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는 국업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증시 부양책도 내놨는데 증권사·기금·보험사, 심지어 상장사와 주요주주에게 주식 매입 용도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5% 성장률 달성위한 안간힘에 '가뭄에 단비' 만난 시장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5.3%로 깜짝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4.7%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는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장기로 중국 경제가 명백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나온 중국 금융당국의 대규모 부양책은 시장에 '가뭄에 단비'가 됐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전장 대비 4.33% 급등했다. 이는 2년여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5일 보고서에서 "중국 3대 금융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한 모습에서 보듯 그 동안 중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미온적 대응자세가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중국 중앙은행이 팬데믹 이후 가장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아마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 조치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불경기에 누가 대출받아 돈쓰나? 시장 "정부 돈 풀어라"
다만, 통화당국 주도로 나온 대규모 유동성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슈앙딩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중앙은행의 정책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오늘날 경제의 주요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다"라며 "실물 경제를 돕는 측면에서는 또 다른 정책 패키지, 특히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통화 및 금융 정책 만으로는 악화되는 경기 침체를 막기에 충분하다고 믿지 않는다"라며 "재정 자극책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을 갖다 쓸 주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갈수록 하락하는데 금리를 낮춰 돈을 빌려준다고 덜컥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내수 침체로 재고가 남아도는데 대출을 받아 시설확장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박상현 연구원은 "부동산 개발업체 등 부실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같은 실질적 부채위기 극복책이나 실물경기 부양책이 빠졌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 경기가 디플레이션 탈출 등 'V'자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십년간 축척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정부가 돈을 풀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리창 국무원 총리는 올해 1월 다보스포럼(WEF)에 참석해 "중국은 장기적인 위험을 축적하면서 단기적인 성장을 추구하지 않았다"라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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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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