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휘문고, 2심 "자사고 취소 부당"…서울교육청 "깊은 유감"(종합2보)
1심 "대규모 회계부정 장기간 지속적 발생"
"그 자체로 공공성을 침해하는 취소 사유"
2심 "처분 근거였던 시행령 조항 인정 안돼"
시교육청 "검토 후 상고 계획…비리 면죄부"
[서울=뉴시스]박현준 양소리 기자 = 회계 부정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가 박탈됐던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가 항고심에서 승소하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면밀히 검토 후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5일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윤종구·김우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휘문고)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않는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학교선택권 내지 사학운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초·중등교육법 제61조 제1항은 자사고의 지정 취소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조항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학교의 '운영'과 관련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뿐, 그 '운영권을 박탈'하는 지정 취소에 관한 사항까지 위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위임을 받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은 수권 규정에서 위임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으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시교육청은 "(휘문고 관계자의) 횡령액 52억 원은 휘문고 학생의 연간 수업료 511만 원(2024년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대략 천 명 학생의 수업료에 해당하는 거액"이라며 "학교교육시설 사용에 대한 대가로 받은 수십억원이 학생들의 교육활동 및 교육환경개선에 쓰이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판결은 휘문의숙 및 휘문고 관계자들의 회계 부정이 명백한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회계부정으로 간주해 휘문의숙의 청구를 인용함으로써 교육청의 감독권을 무력화시켰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교육청은 "(휘문고는) 자사고의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해 제정된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법령의 취지도 훼손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면밀히 검토 후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세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번 판결은 자사고가 존치된 상황에서 사학의 회계 부정을 용인하고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향후 사학의 부패행위 사전 차단 및 사립학교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교육청과 휘문고의 싸움은 6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시교육청은 2018년 민원감사를 통해 휘문의숙 8대 명예이사장 김모씨가 6년간 법인사무국장 겸 휘문고 행정실장 등과 공모해 A교회로부터 학교체육관과 운동장 사용료 등 학교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총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명예이사장은 학교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데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2억39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카드대금 일부를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고 지정 이전까지 포함하면 부정을 저지른 액수는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당시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2년여가 지난 2020년 4월9일 대법원에서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시교육청이 같은 해 7월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청문, 교육부 동의 절차를 밟아 휘문고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면서 휘문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사학비리로 자사고 지위를 잃은 첫 사례가 됐다.
휘문의숙 측은 시교육청과 교육부의 처분에 반발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규모 회계부정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상당히 침해됐으며 교육기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이 자명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교육감이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를 평가해 목적 달성에 미달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율고 지위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건 취소 사유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침해하는 사유"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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