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문제 해결되나…쿠팡CLS, ‘사실상 즉시 해고’ 정책 개선

배송 마감시간 못 지킨 택배영업점
배송 구역 즉시 회수하는 조항 수정
그간 택배기사들 과로 요인으로 지목
정준호 의원, 국정감사서 집중 질의 계획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택배영업점과의 계약서에서 부속합의서 형태로 운영하던 ‘배송 마감시간 정책’ 관련 조항을 수정했다. 해당 조항은 정해진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한 택배영업점의 배송 구역을 즉시 회수하는 내용으로, 그간 택배기사들이 겪는 과로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5일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CLS와 택배영업점간 계약서의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클렌징’ 조항의 ‘즉시 해지’ 문구가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간 쿠팡CLS는 택배영업점이 정해진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이를 ‘던미스’(배송시간 미준수)로 분류해 해당 영업점의 배송 구역을 즉시 회수하는 ‘클렌징’ 조항을 적용해왔다.

클렌징은 근무일 수, 명절 출근, 프레시백(재활용이 가능한 포장박스) 회수 등의 수행률에 따라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택배기사들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로, 택배기사들에게 배송구역 회수는 사실상 해고 조치와 같다.

정준호 의원은 “클렌징 제도로 인해 택배영업점이 택배기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게 돼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특히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과로사한 고(故) 정슬기씨의 경우 본점에서 카카오톡으로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언급한 고 정슬기씨는 쿠팡CLS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굿로직스 소속 배송기사였다. 지난 5월28일 세상을 떠난 그는 사망 4주 전 평균 78시간 26분, 사망 12주 전 평균 74시간 39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를 못 하면 지연 배송으로 영업점 계약이 해지되거나 배송구역을 회수 당할 수 있어, 쿠팡의 배송시스템이 만든 죽음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CLS 직원이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고인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며 해당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현안 질의에서 쿠팡CLS가 부속합의서를 통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명 ‘택배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법은 분류업무 명확화, 심야배송 제한 등 택배업 종사자의 적정 작업조건을 보장하고, 공정한 계약 체결을 유도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국토부는 쿠팡CLS의 현장 실태를 점검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약관 개선을 요구해 쿠팡CLS와 택배영업점간 계약서의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클렌징’ 조항 중 일부 문구가 수정됐다. 기존에는 ‘2회전 배송을 미수행하거나 프레시백 회수율이 90% 미만 등의 사유에 해당되면 영업점과의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즉시 해지’가 ‘시기를 두어’라는 문구로 변경됐다.

정 의원은 “이번 개정은 택배영업점에 더 공정한 계약 조건을 제공하고 택배기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며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쿠팡CLS 관계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번 개정 조항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