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정장치’ 도입 땐 75년생 연금 5500만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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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여명 등에 따라 국민연금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현재 49살인 1975년생이 평생 받는 연금액이 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6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40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25년 동안 연금을 받는 1975년생(월 소득 300만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 가정)이 평생 받는 연금액은 3억6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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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여명 등에 따라 국민연금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현재 49살인 1975년생이 평생 받는 연금액이 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조처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32년 늦출 수 있다고 보지만, 공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 후퇴가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면 연금액이 얼마나 바뀌는지 설명했다. 지금은 연금액을 해마다 물가상승률 만큼 올리지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물가상승률에 ‘기대여명 증가폭’과 ‘3년 평균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폭’을 뺀 만큼 올린다. 정부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42%로 유지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등을 도입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이달 초 발표한 바 있다.
2036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40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25년 동안 연금을 받는 1975년생(월 소득 300만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 가정)이 평생 받는 연금액은 3억66만원이다. 자동조정장치가 없을 때(3억5637만원)보다 15.6% 줄어든다. 연금액 감소폭은 1985년생 14.6%(3억1371만원→2억6794만원), 1995년생 13.4%(2억9247만원→2억5326만원), 2005년생 11.1%(2억8492만원→2억5339만원)로 연령이 높을 수록 크다.
복지부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들어 이런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2036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88년으로 연금개혁을 하지 않을 때보다 32년 늦춰진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자동안정장치→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도 연금액은 평생 낸 보험료보다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해마다 최소 0.31%의 연금액 인상 보장을 전제로 한 추정이다. 예를 들어, 2050년 국민연금 가입자는 1.73% 줄고, 기대여명은 0.36% 늘었는데(2023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물가상승률이 2.09% 미만이면, 자동안정장치→자동조정장치에 따라 연금액이 전년보다 줄어든다. 이때도 연금액 0.31% 인상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가입자 감소나 기대여명 증가가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면 상당 기간 연금액 인상률이 최저한도인 0.31%에 머무를 수 있다.
정부의 설명에도 가입자들이 연금액을 깍는 방식의 연금개혁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보험료 납입액 대비 연금 수급액 비율)가 현재 약 1.8배에서 하락하는 것은 물론, 민간 연금 상품에도 못 미쳐 공적연금 가입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데 연금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둔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액을 물가만큼 충분히 오르지 않게 해 급여의 실질가치를 계속 떨어트린다”라며 “지금도 국민연금이 노후빈곤을 예방하는 제 기능을 못 하는데 복지부가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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