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AI시대엔 정주영·이병철도 전력사업 했을 것"
AI 데이터센터 등 수요 폭증에
전력기기가 '신수출동력' 부상
반·배 맞먹는 韓 주력사업 성장
배전반 인프라 투자 2배로 확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현 시대에 살아있었다면 전력 산업을 먹거리 산업으로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나 데이터센터 등이 전세계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전력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은 이어 “아세안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를 잡기 위해 베트남 배전반 인프라 투자를 2~3년 내 2배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입지를 넓혀가기로 했다.
구 회장은 25일(현지시간) 베트남 빈증무역센터전시장에서 열린 2024 일렉트릭 에너지쇼(ELECS)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AI 구현을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로 엄청난 규모의 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력기기가 ‘신수출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기 사업을 반도체·배터리 사업과 같은 한국의 주력 먹거리 사업으로 성장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일렉트릭 에너지쇼는 최근 베트남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산업 지역인 빈증성에서 발전과 송배전·신재생에너지 등을 다루는 전시회다. 구 회장은 이번 행사에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LS일렉트릭이 국내 기업 최대 규모로 부스를 열었고 중국 BYD, 베트남 셀렉스모터스 등 글로벌 기업 140여 개가 참가했다.
베트남에서 ‘전력솔루션’은 그야말로 떠오르는 산업이다. 현지 산업구조가 방직과 섬유 등 노동집약산업 중심에서 전자와 석유화학을 비롯한 제조업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매년 10%를 웃돈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력수요 확대 추이를 고려할 시 2030년까지 발전부문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30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아세안 국가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발걸음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말레이시아에 첫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설을 짓기 위해 2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아마존도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배전반을 비롯한 종합 전력시스템 수요도 이에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배전반은 전체 전력 계통을 컨트롤하고 전기의 배분과 개폐·계량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LS일렉트릭은 배전반 솔루션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기기를 박닌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재 5000~6000만 달러 수준인 현지 배전반 인프라 규모를 2~3년 내 1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은 “최근 필리핀 주요 기업과 만나 ESS 관련 협력 논의를 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배전반과 변압기 관련 공장 인수를 최근 진행했다”라며 “아세안 시장은 좋은 가격을 받는 시장은 아니지만 상당히 성장성이 좋고 시장이 넓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베트남 신규 산업단지에 전력솔루션 공급 기회도 발굴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이날 현지 국영기업 베카맥스와 산단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S일렉트릭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베카맥스가 개발하는 산업단지의 입주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베카맥스는 빈증성 최대 공기업이자 1위 산업단지 개발업체로, 금융과 통신·건설·제조 등 20여 개 자회사와 합작사를 거느리고 있다.
구 회장은 북미에서도 하이퍼 스케일러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배전반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LS일렉트릭은 국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배전반 제품에서 70%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어 북미 진출에도 용이하다"며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배전반 솔루션을 3개월 만에 한 개씩 개발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빈증)=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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