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평양 향해 ICBM 시험발사…핵능력 과시, 오커스 견제 분석
중국군이 태평양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경쟁국이 위치한 태평양을 향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5일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로켓군이 이날 오전 8시44분 태평양 공해의 관련 해역을 향해 모의 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지정 해역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매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종류와 사거리, 낙하 지역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군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연례 계획에 따른 것이며 주변 국가에 시험 발사를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연례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국제법과 관례에 부합한다”며 “그 어떤 국가나 목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무기 장비의 성능과 부대의 훈련 수준을 효과적으로 검증했고,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는 중국이 사전에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사 훈련을 통보했고, 미사일이 오스트레일리아 주변 공해 상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태평양 공해 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보통 내몽골 같은 중국 내부 외진 곳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왔고, 태평양 등 먼 바다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앤킷 팬다 선임 연구원은 아에프페(AFP)에 “매우 이례적이고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시험 발사”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이 확인된 것은 1980년 둥펑(DF)-5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중간 군사 대화가 재개되고 있어, 중국이 왜 이 시점에 경쟁국인 미국과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지 관심이 몰린다.
싱가포르 군사 분석가 알렉산더 닐은 “이번 시험은 중국이 동시에 ‘관여하며 경고하는’ 패턴에 부합한다”며 “최근 몇 달 동안 베이징과 워싱턴 간의 군사 외교가 진전됐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중국 로켓군 내부의 최근 부패 사건들을 고려할 때, 중국이 최고 군사 수준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군사 대화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중국군의 핵심 역량이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핵 전력에 변화가 생겨 새로운 시험 발사 방식이 활용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앤킷 팬다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핵 현대화로 인해 실험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생긴 것 같다”며 “이번 미사일은 이전에 태평양에서 시험된 적이 없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일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무기 현대화와 다각화에 나섰으며, 현재 500기로 추정되는 작전용 핵탄두를 2030년까지 1천기 넘게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는 중국이 지난 2021년 9월15일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가 결성한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견제하려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매체는 “오스트레일리아는 군사 활동을 활발히 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오커스를 기반으로 핵 잠수함 도입 계획을 추진하는 등 억지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번 발사는 오커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매년 수차례 시험 발사한다. 지난 2022년 8월 초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을 때,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것을 우려해 애초 훈련 계획보다 열흘가량 늦춰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Ⅲ를 시험 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 열병식을 열어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41’을 처음 공개했다. 둥펑41은 최대 사거리 1만5000㎞로, 발사 뒤 30분이면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해 전인 2018년 6월 개발 중이던 둥펑41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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