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공격 받고서야 뒤늦게 국가핵심기술 신청

자회사 켐코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 공동 보유
국가핵심기술 수준 기술 보유하고도 ‘늑장 신청’ 의문

지난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자사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상황에서 경영권을 뺏길 경우에 대비해 해외 매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25일 자회사인 켐코와 공동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전날인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산니켈을 가공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전구체를 만드는 특허 기술을 고려아연과 켐코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 발전 등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반도체·원자력·철강 등 13개 핵심 분야의 76개 기술을 산업부가 지정해 고시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자회사와 공동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 매각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 외국인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 정부가 승인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의 수출 역시 산업부에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술 매각 역시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국가핵심기술로 간주될만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제서야 지정 신청을 한 점을 두고서는 의문이 남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기술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산업부로 넘어갔다. 산업부는 12개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15일 안에 결정하게 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