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합의 원해”…재판부 “돌연 사과, 합의 적절한지 의문”

지난 1월4일 부산 연제구경찰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해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67)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아무개(67)씨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합의 의사를 밝혔다.

25일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재욱) 심리로 열린 김씨의 첫 항소심 공판에서 김씨 쪽은 이 대표 쪽에 양형 조사를 신청해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 쪽 변호인은 “반성을 담은 사과 외에 금전적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합의가 가능하다면 희망하고, 안 된다면 공탁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서는 피해자 쪽에 사과 편지를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법원에서 양형 조사관을 보내 연락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변호인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기도 하는 사기 사건 등과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금전적 합의나 공탁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있다. 피해자 쪽에 편지를 보내 진정성이나 심경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합의나 공탁은 그다음 단계”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붙잡힌 이후 수사에서부터 1심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를 살해하지 못해 분하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는 등 확신범의 태도를 보였다. 지난 5월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정치적 입장이 변함없는 것과는 별개로 본 사건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자연인 이재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뒤늦게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한다고 표시했지만, 법정에서 보여준 범행에 대한 태도와 동기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진지한 반성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1월2일 오전 10시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부산시 신공항추진단장으로부터 가덕도신공항 상황 설명을 듣고 이동하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