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효과만으론 경쟁력 없어”…위고비와 차별화한 K비만약 나온다
“후발주자, 체중 감량에 더해 차별화 전략 필요”
한미·유한 등 新비만약 개발 중…효과↑ 부작용↓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 릴리가 양분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위고비·젭바운드처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를 활용하면서도, 체중 감량 효과 외에 차별화를 시도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는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인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꼽힌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지난해 6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11월 출시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는 두 달 동안 2400억원을 벌어들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8조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최대 19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GLP-1 기반 비만약 체중 감량 효과 비슷해”
위고비·젭바운드를 중심으로 한 비만약 열풍에 GLP-1 유사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GLP-1이 입천장 바로 위쪽에 있는 뇌의 시상하부를 조절해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원리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15~20%의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이렇다 보니 후발주자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GLP-1을 모방하면서도 체중 감량에 다른 기능을 더해, 기존 치료제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GLP-1 기반 비만약을 개발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GLP-1의 체중 감량 효과는 이미 입증됐고, 많이 차이 나봤자 10% 안팎일 테니 이제 별 의미가 없어졌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서로 자사 비만약이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다투고 있는 만큼, 이제 부작용을 줄이거나 다른 기능이 있거나 차별화 전략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작용 줄이고 제형 바꾸고…K비만약 차별화 시도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비만약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였던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GLP-1만을 표적하는 단일작용제인 위고비는 근 손실,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 물질 HM15275는 GLP-1은 물론 GIP 호르몬, 글루카곤(GCG)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다. GLP-1의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HM15275의 비임상 결과는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처음 공개돼 새로운 개념의 비만약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2상 진입이 목표다.
디앤디파마텍은 제형과 용량에 차별화를 뒀다. 주사제인 위고비·젭바운드와 달리 먹는(경구용) 비만 치료 물질 DD02S를 개발 중이다. 독자 개발한 GLP-1 플랫폼 기술인 오랄링크를 활용한 물질로, 분자 크기가 큰 펩타이드가 소화기관에서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회사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GLP-1 당뇨 치료제인 리벨서스보다 흡수율이 10배 더 높아, 적은 용량으로도 큰 효과를 낸다. DD02S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에 기술이전했으며, 연내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로부터 비만 치료 물질 에크노글루타이드를 도입했다.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형으로 중국과 호주에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효능·안전성이 확인됐다. 연내 국내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사제 외에도 경구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도 비만 치료 물질 YH34160을 개발 중이다. YH34160은 GLP-1과 병행 투여가 가능한 성장분화인자15(GDF15) 기반 물질이다. GLP-1처럼 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효과는 같지만, 뇌 맨 아래쪽에서 발견되는 특이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 노바티스가 지난해까지 같은 작용원리의 비만약을 개발했다가 약효 입증에 실패해 중단했다. 유한양행은 새로운 작용원리로 계열 내 최초 약물 개발에 도전한다. 현재 미국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대원제약 등 여러 기업들이 새로운 비만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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