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산 상품권 개인 유용…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집행유예

1심,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선고

수십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2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어 취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구본성(67) 전 아워홈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4형사부(부장 장성훈)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 전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창업자인 구자학 전 회장의 아들이다.

검찰은 구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재직하던 2017년 7월부터 2021년까지 임원 지급 명목으로 상품권 수억 원어치를 구입해 임의로 현금화한 뒤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신의 급여를 증액할 것을 지시한 뒤 초과금을 수령하거나 코로나19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성과급 20억 원 상당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토지 관련 세금 등을 회삿돈으로 납부하고, 골프장 회원권을 개인 명의로 매수한 혐의도 있었다.

재판부는 상품권을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점과 각종 세금을 회삿돈으로 납부한 점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품권을 현금화해 종합소득세를 납부했다"며 "피고인은 회사를 위한 자금으로 쓰려 했다면서도 자금 조성 경위나 이에 대한 아무런 증빙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남동 부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회사 대금으로 납부한 혐의에 대해서도 "회사자금으로 납부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피고인이) 용인했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경영 성과급을 부당으로 수령해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성과를 잘못 계산한 부분은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며 "피고인이 (부당지급을) 지시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개인 명의로 골프장 회원권을 매수하며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제3자에게 양도해 착복했다는 등 정황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구 전 부회장은 판결이 끝난 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법원에서 나와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직원들에게 할 말 없나" 등 질문하는 취재진을 손으로 밀쳤다. 이어 자신의 휴대폰으로 취재진을 촬영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아워홈은 2021년 11월 자체 감사 과정에서 구 전 부회장의 횡령 및 배임 정황을 포착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22년 7월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9월 구 전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