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8.6 지진에 원전 방사능 누출되면?…로봇 원전에 '투입'
주민 대피하고 비상전원·냉각수 공급 복구 조치
"쾅!"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8.6의 강진이 한반도를 강타하자 지축이 흔들리고 일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강진에 울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의 원자로가 정지됐다. 설상가상 보조보일러 연료 누출에 따른 화재로 원전에서 방사능마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수원 새울본부 비상대책실은 긴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다. 소방당국과 울산시·경상남도 등은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행정안전부는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울산시, 경남도, 한수원 등 48개 관계기관과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해 올해 세 번째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위기 등의 잠재 위험으로 인한 복합재난에 민관이 함께 대비하는 실전 훈련이다.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재난 상황을 가정해 실시한다.
이날 훈련은 울산 한수원 새울본부에서 120㎞ 떨어진 해역에서 두 차례 지진(규모 5.0→8.6)이 발생해 원자로가 정지되고 보조보일러 연료 누출로 화재가 발생, 소량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정부는 이날 훈련에서 최초로 중대본 1·2본부를 가동했다. 관계기관과 지역 주민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200여 명이 훈련에 참여했다.
신고를 접수한 119 종합상황실은 즉시 행안부와 원안위 등에 상황을 전파했다.
행안부는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지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범정부 대응체계로 전환하고 원안위, 소방청, 경찰청, 한수원 등과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원안위는 비상 발령에 따라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와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가동했다. 한수원도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사옥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이어 초기 화재를 진압하고 현장을 통제하면서 구급차를 출동시켜 부상자를 이송했다.
남울주소방서는 현장 지휘를 위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고 울산시 내 인접 소방서와 함께 고성능화학차, 무인파괴방수차 등 18대의 특수차량을 동원해 본격적인 화재 진압에 나섰다.
울주군 보건소는 현장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사상자들을 중증도별로 병원에 이송했다.
울산시와 울주군, 경남도와 양산시 등의 인근 지자체는 주민 대피가 필요한 범위 확인에 나섰다. 기차·선박 등 대피수단을 선제적으로 동원하고 이재민 구호소 준비에 돌입했다.
재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는 대응체계를 고도화해 방사능사고 대응은 중대본 1본부(원안위), 지진·화재·주민보호는 중대본 2본부(행안부)로 이원화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상황보고 직후 현장으로 이동해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정부 조치에도 냉각수·전력 등 공급이 중단되며 원자로 온도가 계속 상승하자 한수원은 비상단계를 상향했다.
울산시, 울주군, 경남도, 양산시 등 지자체는 즉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버스·기차·선박등을 이용해 지역주민을 구호소로 대피시켰다. 울산·경남 경찰청은 지휘차, 기동대차량 등을 동원해 교통을 통제하고 권역별 주민대피를 지원했다.
국립기상과학원과 부산경찰청은 방사선 항공탐사로 방사선 외부 유출 상황을 점검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탐지 로봇 '래피드'와 시설 정비 로봇 '암스트롱'을 원전 내부에 투입했다.
정부·지자체의 총력 대응에 한수원이 손상 설비를 정비하고 이동형 발전차와 펌프차로 비상전원과 냉각수를 공급하면서 시설 가동이 정상화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내 원전은 1978년 최초 상업운전 이래 국제원자력기구 기준으로 한 차례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안전하다"며 "이날 훈련은 가능한 최악의 재난에도 대비하는 차원에서 실시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에 전기차 화재 상황에 대응하는 올해 네번째 레디 코리아 훈련을 실시할 에정이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오늘 훈련으로 지진·화재 등이 중첩되는 복합재난 상황에서 기관별 대응체계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잠재 위험에 대비한 레디 코리아 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훈련 결과를 토대로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대응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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