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가 원칙이 된 '윤석열 명예훼손' 압수수색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명시된 각종 원칙과 기준을 어긴 채 수사를 진행해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장 증거 선별’ 원칙을 무시했고, 압수한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를 10일 안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인 5명의 경우 압수수색을 당하고 평균 94일이 지나서야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 원본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부터 검찰이 명명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이 벌인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 탈법 행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은 뉴스타파 기자 자택에서의 노트북·이메일 수색, 역시 영장 범위를 벗어난 무관 정보 수집, 피압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전체 전자정보 무단 압수, 불법적인 휴대전화 잠금장치(비밀번호) 압수 등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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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는 무조건 반출… 유명무실해진 ‘현장 선별’ 원칙
현행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전자정보를 압수수색 할 때 가능한 압수수색 현장에서 압수와 압수대상물 선별 절차를 마쳐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에 대해 아래와 같은 ‘원칙’이 기재돼 있다.
“저장매체의 소재지에서 수색·검증 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범위를 정하여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음.”
- - 압수수색검증영장 별지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일부
정리하면, 압수수색이 벌어진 곳에서 압수·선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압수수색 방식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예외는 두 단계로 설명돼 있다.
1. 저장매체 소재지에서 하드카피·이미징 등 형태로 반출하는 경우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복제하는 원칙적 압수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저장 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 파일 전부를 하드카피·이미징하여 그 복제본을 외부로 반출할 수 있다
2. 저장매체의 원본 반출이 허용되는 경우
위 1. 사항에 따라 집행 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본 획득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집행현장에서의 하드카피·이미징이 물리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극히 곤란한 경우 ② 하드카피·이미징에 의한 집행이 피압수자 등의 영업활동이나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침해하는 경우 ③ 그 밖에 위 각 호에 준하는 경우)에 한하여 피압수자 등의 참여 하에 저장 매체의 원본을 봉인하여 저장매체의 소재지 이외의 장소로 반출할 수 있다.
- 압수수색검증영장 별지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일부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현장에서 휴대전화 포렌식을 할 수 없다”, “포렌식 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휴대전화를 상습적으로 압수·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은 언론인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아예 ‘압수물 현장 선별’을 위한 포렌식 장비를 가져오지도 않았다. ‘압수물 현장 선별’ 원칙을 지킬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 장비도 없이 ‘무원칙’ 압수수색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뉴스타파가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한 기자는 지난해 9월 14일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압수물인 휴대전화 반출 문제를 두고 한 기자와 한 기자의 변호인이 검찰수사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사관이 먼저 한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현장에서 포렌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찰에 가져가 포렌식 한다는 사실을 고지받았다고 서명하라"고 말한다. 이에 한 기자의 변호인이 "압수수색 시 통상 휴대전화를 통째로 (검찰청으로) 가져가는지" 묻자, 수사관이 "네"라고 답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의 외부 반출’이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법원 규정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한 기자와 같은 날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전 JTBC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검사는 “혐의 관련 전자정보만을 선별 압수수색해 달라”는 봉 기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봉 기자 소유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해 검찰청으로 유출했다. 봉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수사관도 휴대전화 포렌식 장비를 지참하지 않았다.
심지어 봉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수사관들은 봉 기자 소유 휴대전화에 있는 이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수사관 휴대전화로 무단 촬영했다. 봉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집에서 그냥 포렌식을 해서 가져가면 되는데 검찰이 그게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결국 휴대전화 3대를 다 가져갔죠. 수사관이 저희 집 식탁에 앉아 뉴스타파 기자들이 취재 보고를 올리는 SNS 대화방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이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중략) 포렌식 과정에서도 1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 열어서 모든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했습니다."
- -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지난해 12월 6일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도 비슷했다. 김 대표는 “검사와 수사관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말하면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임의제출 하겠다”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검찰이 “휴대전화 원본을 검찰청으로 가져가겠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 검사와 수사관이 “분석 장비를 가져올 수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해서 가져가라 그러니까 '장비가 없다. 그걸 이제 가지러 가서 오면 여기까지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 그 장비를 가지고 여기서 포렌식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1박 2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러면서 휴대폰을 가져갔습니다."
-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런 식의 ‘무원칙’ 압수수색은 지난해 경향신문 기자,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법원이 세운 ‘현장 선별 압수’ 원칙이 무시되고, ‘압수물 외부 유출’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규정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규정인양 악용된 것이다.
원칙은 ‘휴대전화 압수 후 10일 이내 반환’... 실상은 평균 94일 걸려
‘압수한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 원본을 10일 안에 피압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4개 언론사(경향신문, 뉴스타파, 뉴스버스, 리포액트) 소속 언론인 5명의 압수물 반환 시점을 확인해 보니, 압수일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기까지 평균 94일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등 저장매체 반환 시점은 검사가 임의로 정해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압수자인 피의자들이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 9월 14일 압수수색으로 휴대전화를 빼앗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압수물 선별’(포렌식)이 끝나고 62일이 지난 11월 22일에야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경향신문 기자,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도 비슷했다. 이들 5명의 기자가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때는 압수수색을 당한 날을 기준으로 평균 94일이나 됐다. 법원 규정인 10일보다 10배 가까이 긴 시간이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한 날을 기준으로 봐도 62일이나 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명예훼손’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기관이 체포·구속·압수·수색을 벌일 때는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헌법 규정(제12조와 제16조)을 무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가 그 자체로 불법이란 지적이다.
뉴스타파 김강민 kangminq@newstapa.org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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