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예산 없다던 해운대구…예비비로 사무가구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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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벤츠 인도 돌진' 사고로 2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가 이미 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9.24 CBS노컷뉴스=벤츠 인도 돌진 막을 수 있었나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예산 문제로 안전 시설물을 설치를 미뤄온 해운대구가 정작 직원 사무용품 등 구매에는 1억 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취재 결과 "돈이 없다"며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미뤄 온 해운대구청은 비슷한 시기 1억 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직원용 사무가구 등을 사는 데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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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청 "추경 통해 예산 확보…예비비 사용은 검토 안 해"
신규 공무원 위한 가구, 컴퓨터 구매에는 예비비 사용
해운대구의회 "안전 문제임에도 수동적으로 대처" 비판
이른바 '벤츠 인도 돌진' 사고로 2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가 이미 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9.24 CBS노컷뉴스=벤츠 인도 돌진 막을 수 있었나…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예산 문제로 안전 시설물을 설치를 미뤄온 해운대구가 정작 직원 사무용품 등 구매에는 1억 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단체의 예산 사용 기준과 우선순위에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부산 해운대구청 등에 따르면 차량 돌진 사고로 행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해운대구청어귀삼거리 일대는 인근 한 초등학교의 요청으로 지난달 21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운대초등학교 측은 주변의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통학 인구가 늘어났다고 판단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며 구청에 확대 지정을 요청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학교 요청에 따라 절차를 거쳐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했다. 하지만 구청은 지정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교통 안전 시설물은커녕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구청이 교통 안전시설을 사전에 설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구청은 시설물 설치에 사용할 예산이 부족해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느라 절차가 늦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속도표지판과 바닥노면표시 설치 등을 시급한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통상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지정 이후 시설물 설치는 길게는 3개월 만에 마무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돈이 없다"며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미뤄 온 해운대구청은 비슷한 시기 1억 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직원용 사무가구 등을 사는 데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대구청의 '2024년도 일반회계 예비비 지출 내역서'를 보면, 구청은 이달 배치된 신규 공무원을 위한 사무용 가구와 컴퓨터, 전화기 등 구매에 92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했다.
'예비비'는 행정기관이 예측하기 어려운 지출에 대비해 용도를 결정하지 않고 편성하는 예산을 뜻한다. 재난·재해를 비롯해 긴급한 상황에서 예비비를 지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올해 지방공무원 임용 개정령이 시행돼 평소보다 많은 신규 공무원을 받아야 했고, 가구의 납품 기간 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예비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구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이같은 의사결정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이 이어진다. 어린이보호구역 시설물 설치는 급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판단해 예비비 사용조차 검토하지 않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무가구 구입에 이를 집행한 행동이 지역 안전을 책임지는 기초단체로서 적절한 판단이냐는 비판이다.
심윤정 해운대구의원은 "예상치 못한 신규 공무원 증가로 가구나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도 예비비를 쓸 수 있지만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예산 역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예비비를 사용하지 않고 2차 추경 예산을 기다렸다는 건 수동적으로 임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12일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인근을 지나던 70대 여성과 60대 남성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도로에서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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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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