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돌본 장애 아들 살해한 아버지... 법원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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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아들을 40년간 돌보다 지쳐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고민스럽다면서도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신감정 결과도 공개됐다.
"범행 당시 A씨는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져 정서적으로 압도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술과 과도한 약물을 복용한 뒤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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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징역 5년 구형', 11월 29일 선고
재판부 "실형 면하기 어려워"
중증장애 아들을 40년간 돌보다 지쳐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고민스럽다면서도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신감정 결과도 공개됐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 어재원)는 25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씨 공판에서 "피고인의 건강상태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 (양형에)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녀나 병중에 있는 부인을 살해하는 행위 등 극히 드물지만 유사 사례에 비춰 실형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구속 기소된 A씨에게 검찰은 5월 3일 변론을 종결하면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기일(5월 31일)까지 잡혔지만, 그사이 A씨 측이 "심신 건강이 악화해 치료가 필요하고, 정신감정도 받아보겠다"며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수용해 이례적으로 변론이 재개됐다.
6월 공판을 속개해 추가 자료를 검토했고, 이날 공판에선 A씨의 정신감정 결과도 공개됐다. "범행 당시 A씨는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져 정서적으로 압도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술과 과도한 약물을 복용한 뒤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A씨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주변 가족·환경에 대한 관심은 물론 정신건강 치료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어깨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정형외과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 가족도 "모든 일을 접고 아들과 생활하며 40년간 간병에 애쓴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징역 5년 구형을 유지했다. 이미 A씨의 사정을 참작해 구형한 터라,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7시 20분쯤 대구 남구 이천동 아파트 집 욕실에서 아들 B(3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자살을 시도했지만,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부지했다. 태어날 때부터 1급 뇌병변 장애를 앓은 B씨를 돌보기 위해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40여 년간 식사·목욕·용변 처리 등을 도맡았다. 대신 A씨의 아내가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졌다. A씨는 장성한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데다 나이가 들어 노쇠해 간병하는 데 부담을 느껴왔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교통사고로 다리 근육 파열과 발가락이 절단됐다. 지난해 8월엔 보험사로부터 '더 이상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통보에 소송을 진행하다 우울증이 겹쳐 범행을 저질렀다.
선고 기일은 11월 29일이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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