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두 국가론’ 선긋기 시작···“당 입장 아냐” “개념 없어”

신주영 기자 2024. 9.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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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 띄운 ‘두 국가론’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임 전 실장 주장에 대한 선긋기를 시작했다. 당대표 비서실장은 “당 입장과 다르다”고 밝혔고, 원외 친이재명(친명)계 토론회에서는 “개념 없는 소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연결시키는 ‘친북 프레임’을 통한 비판이 이어지자 당 차원에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 측은 임 전 실장 주장에 선을 그었다.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25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의 페이스북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당 입장과 다르다”며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당 강령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며 평화 통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그간 정치적 합의와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론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최고위 참석자에 따르면 한 최고위원이 “두 국가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해도 되느냐”고 묻자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이 개인 견해를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비판해도 상관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친문재인’계인 임 전 실장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비판은 정치적 부담이 따르므로 이 대표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국가론’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왜 자꾸 추상적인 얘기를 하면서 핏대를 세우느냐”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원외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차기 민주정부의 과제’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강선우·김우영·이광희·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날 행사에는 강선우·이광희·이재강 의원이 참석했다.

이재강 의원은 토론회에서 “‘두 국가론’이 여야 간 이념 대립, 정쟁의 수단으로만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광희 의원은 “지난 정부 주요 인사의 갑작스러운 ‘두 국가론’에 대해서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아닌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에 대해 “모순이 많고 새로운 말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좋게 말하면 이상적일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개념 없는 소리다. 대단히 논리적이지 못하고 정치적인 발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 발언에 우리가 왜 호들갑을 떨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국방·외교통일위원회 등 의원들을 겨냥해 “전문성도 떨어지시고 어떻게 저분들이 싸울까 걱정도 한다”고도 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아주 도발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무지했고 임종석 전 실장도 무지했다”며 “인식의 실패, 즉 무지가 평화 정책의 실패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 주장에 대해선 “분단체제 근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임 전 실장 발언 이후에 참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거친 비판이 이어지자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센 발언을 했는데 각자 이해해 주시고 주최 측의 입장하고는 관계가 없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두 국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평화적인 두 국가 상태로 하루빨리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현실적 방안”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비판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의 인식은 정말 최악”이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윤 대통령은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도대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느냐”고 맞받았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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