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20층서 몸 던져"… 예비신랑 주장에 신부 유족 측 의혹 제기

부산 한 아파트에서 예비 신랑과 싸우던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졌다. 남성은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이에 의문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부산 한 아파트에서 예비 신랑과 싸우던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졌다. 이에 유족 측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18분쯤 해운대 소재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A씨가 떨어져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함께 있던 30대 남자친구 B씨가 119에 신고했으며 두 사람은 내년 3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B씨는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 A씨가 갑자기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정신이 없어 싸운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A씨가 추락하기 약 15분 전부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에 의문을 표했다. A씨가 사망 불과 두 시간 전에 전화로 "엄마 아이스크림 사 갈까"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던 만큼 유서도 남기지 않고 숨졌을리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장례가 끝나자 카페를 방문해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A씨의 동생은 "화장하던 날 커피숍 SNS에 댓글을 달고 사진 찍어서 리뷰 남기면 주는 서비스를 받았더라. 예비 신부가 눈앞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 친구는 A씨로부터 "누구한테 맞았다"며 멍든 사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맞았냐'는 질문에 A씨는 말없이 웃기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직전 B씨와 나눈 통화에서 A씨는 "헤어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B씨는 "안 만나고 싶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집으로 찾아갔고 A씨는 사망했다.

이후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A씨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B씨가 욕설을 뱉는 음성이 발견됐다. 이정수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은 "20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시간이 약 3.7초로 계산되는데 그동안 남자가 여자에게 욕설했고 두 번의 고함 혹은 비명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는 "남성이 집에 진입한 시점부터 여성이 추락하기까지 20분이 조금 안 되는데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을 남성이 명확히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명쾌하게 상황을 구성할 수 있는 진술을 조사 단계에서 끌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채현 기자 cogus020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