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서 과학면과 과학기자 비중 계속 줄어

이병구 기자 2024. 9.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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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協, '과학언론 현황 및 취재 환경 조사' 결과 발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과학 기자의 이공계 전공자 비율이 41.2%로 15년 전인 2009년 63.5%와 비교해 전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언론에서 고정적인 과학면과 과학 담당 조직 등이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자협회(과기협)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과학 보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과학언론 현황 및 취재 환경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7월 3일부터 7월 31일까지 과기협 소속 과학 담당 기자 389명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총응답자는 119명이었다. 조사 결과는 2009년 과기협에서 실시한 '과학기술정책의 대국민 홍보 강화 방안 연구',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제16회 언론인 조사'와 비교·분석됐다.

분석 결과 언론 내 과학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응답에서는 응답자 75.6%가 본인 소속사에 고정 과학면과 시간이 있다고 답했는데 2024년에는 58.8%에 그쳤다. 과학 담당 조직과 과학 전문기자가 둘 다 있는 경우는 2009년 51.2%에서 2024년 39.5%로 줄고, 둘 다 없는 경우는 2009년 4.9%에서 2024년 14.3%로 늘었다.

과학 기자 중 이공계 전공자 비율도 감소했다. 2009년 국내 과학 기자 중 이과 전공자는 63.5%였는데 2024년 41.2%로 줄었다. 응답자 45.4%는 과학 관련 기관이 배포하는 연구개발 성과 보도자료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연구자 중심의 전문 용어 사용'이라는 응답이 77.8%였다.

과학 기자들은 취재할 때 '과학자와의 인터뷰·자문(5점 만점에 4점)'에 가장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자료, 데이터, 보고자료(3.99점)', '기관, 단체,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3.51점)', '해외 언론 보도 검색(3.34점)', '국내 기사 검색(3.2점)', '제보(2.76점)', '인터넷 검색·소셜미디어 정보(2.6점)'이 뒤를 이었다. 2023년 언론인 조사에서 다른 분야 기자들은 시민제보(3.04점)에 더 의존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매체 내 과학언론에 대한 취재 지원 환경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언론사 내에서 취재 지원이 잘 된다(2.76점)', '사내 아카이브 등 취재 기초자료가 잘 축적되어 있다(2.35점)' 등 평균점(3점)과 일반기자들이 매긴 점수보다 전반적으로 낮았다.

과학 기자는 오보의 원인이 '마감 시간에 따른 압박감'이라는 비율이 119명 중 44명인 37%로 일반 기자의 응답률(18%)의 두 배가 넘었다. 일반 기자는 오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특종에 대한 욕심(37.9%)'을 지목했다. 과학기술의 전문성 때문에 기사 작성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기자와 비교했을 때 과학 기자의 직무 만족도는 높았지만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조금 낮았다. 과학 기자의 언론인 만족도는 7.11점, 과학 담당 기자로서의 만족도는 7.19점으로 2023년 언론인 조사 결과인 6.09점, 6.17점보다 높았다.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는 응답은 1.71점으로 일반 기자 3.15점보다 낮게 나왔다.

'과학 기자로서 잘하고 있다(3.31점)', '과학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3.34점)' 등 업무 수행 평가에서는 일반 기자의 '기자로서 업무를 아주 잘 하고 있다(3.54점)', '나는 기자로서 가치 있는 많은 일을 이뤄왔다(3.46점)'보다 낮았다.

과학 보도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이슈 발생 시 자문요청, 접촉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 풀의 구축·제공'이 꼽혔다. 이어 '작성 중인 과학기사에 대한 관련 전문가의 자문·검토', '과학기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 제공(연구자와 온-오프라인 소통 기회)', '과학기술의 사회적 이슈 발생 시 정리된 관련 자료 취합·제공 서비스' 순으로 응답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과학 보도 확대를 위해서 과학계와의 협업을 통해 과학기술 주요 이슈의 세부 주제 발굴, 연구현장의 취재 지원 프로그램과 연구자와 직접 소통할 세미나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과학 기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문기자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연수 프로그램 다양화나 언론인과 기사를 보는 독자 눈높이에 맞춘 연구자·연구기관의 자료 제공 필요성 등도 언급됐다.

유용하 과기협 회장은 "협회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며 "올해 54개 회원사 400명으로 확대됐지만 정작 언론 내에서 과학 뉴스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것을 이번 조사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기자뿐 아니라 과학계와도 유기적 협력을 통해 과학언론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과학 보도 확대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9월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제주 ICC)에서 열리는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대회의 ‘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된다. 과학 기자와 현장 연구자들이 참석한 과학 소통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도 예정됐다. '과학언론 현황 및 취재 환경 설문 조사 보고서'는 과기협 홈페이지(koreasja.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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