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주(株)=저PBR주'라더니…시장 예상 비껴간 밸류업 지수

박승희 기자 2024. 9. 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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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은 시장 예상을 비껴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한 밸류업 지수 기준이 발표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배당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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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비율 요구 높은 은행주, ROE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
"배당 질 고려 안 돼"…KT·SKT 등 '배당주 대표' 통신주도 탈락
24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이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정보기술(24종목) △산업재(20종목) △헬스케어(12종목) △자유소비재(11종목) △금융/부동산(10종목) △소재(9종목) △필수소비재(8종목) △커뮤니케이션(5종목) △에너지(1종목) 등 100개사가 포함됐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은 시장 예상을 비껴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한 밸류업 지수 기준이 발표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배당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뒤 국내 증시에선 '밸류업주(株)=저 PBR주'로 불릴 정도로 PBR 1배 미만 저평가 종목이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배당 확대를 비롯한 주주환원 제고 노력을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배당주인 통신사들 주가도 함께 뛰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편입 조건으로 '최근 2년 평균 PBR이 산업군별 또는 전체 순위비율에서 상위 50%인 종목'을 제시했다. 결국 저PBR 주도주로 꼽히며 올해 들어 주가가 47.39% 오른 KB금융(105560)은 지수 구성 종목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밸류업 계획 공시에 따른 특례 편입 외엔 은행주 대부분이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확정된 기준으로는 은행주가 불리했다. 저PBR로도, 주주환원으로도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 5개 방식 중 4가지(시총 400위 이내·적자 기업 제외·주주환원 실시 여부·PBR 순위 50%)는 배점이 아닌 종목 선정 여부를 가르는 허들이 됐고, 최종 선정방식은 ROE가 기준이 됐다"며 "높은 자본비율 요구를 감안하면 금융주는 ROE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종 종목엔 고 PBR 종목이 다수 포함됐다. 정보기술(IT)(24개), 헬스케어(12개)와 같은 PBR이 특히 높은 업종이 전체 종목의 3분의 1을 넘었다. PBR이 10배가 넘어 고평가 논란을 빚었던 포스코DX(10.3배)가 포함됐으며 클래시스(10.6배), HPSP(8.8배)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초기엔 저PBR 종목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 판단되기도 했지만, PBR 하위 종목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며 "이는 PBR이 낮은 기업, 특히 저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정책 메리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고 PBR, 고 ROE의 우량 종목 위주로 지수가 구성되며 저평가 가치주는 지수에서 빠지는 방향성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주주환원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히는 '배당'도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주가 제외됐다. 통신주 대표주자인 KT와 SK텔레콤은 꾸준한 배당으로 주목받으며 올해 19.06%, 14.11% 상승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들 종목이 제외된 것은 지수 선정 과정에서 배당에 가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수 선정에 주주환원(배당 지급·자사주 소각) 노력이 반영되긴 했다. 최근 2년 연속으로 배당금 지급 혹은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을 '하지 않았으면' 지수 편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문제는 배당의 유무만을 고려하고 배당 수익률이나 배당 성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개별 종목들로 봤을 때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로 과반"이라며 "배당 성향으로 보았을 때도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 비율이 54%로 과반수이며, 10% 미만인 종목 수 역시 8종목으로 저조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분법적 주주환원 척도로 주주환원의 질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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