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을 공보의·군의관도 부족…‘최후의 보루’ 흔들린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 거부에 나선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감소 추세에 있는 공보의·군의관 수가 더 줄면서 의료 취약 지역과 군의 의료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의료 위기 때 비상 인력으로 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마저 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4000명 달했던 공보의, 올해 2000명대로 감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공보의 수급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 배치된 공보의 수는 2863명이다. 2012년 4046명이었던 공보의 수는 2013년 3876명으로 4000명 선이 무너진 뒤 올해 2000명대로 떨어졌다.
공보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사면허를 가진 이들이 현역 복무 대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군 복무를 하는 제도다. 복무기간은 36개월(기초군사훈련 기간 제외)이다.
공보의 수가 추세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여성의 의대 진학 비율이 늘고 긴 복무 기간 등을 이유로 공보의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395명 중 74.7%(1042명)가 일반병으로 입대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9.5%는 “공보의·군의관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군의관 수도 감소 추세다. 2000년대 한해 1500명 가량 들어오던 군의관은 최근 600~700명으로 반토막 났다. 현재 총 군의관 규모는 약 2400명이다.
공보의·군의관 지속적 감소…의대생 집단 유급 등 수급 악재
문제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수업 거부에 나선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공보의·군의관 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고시에 응시하지 않는다면, 매년 3000명씩 배출되던 신규 의사는 큰 폭으로 감소한다. 정부는 학교로 돌아온 의대생들은 유급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대생들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신규 의사 수가 줄면 신규 공보의와 군의관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직 전공의들이 병원 복귀 대신 군 입대를 선택할 경우 내년 신규 공보의·군의관 수는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공급일 뿐 고질적인 공보의·군의관 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 취약지를 경험 없는 의사를 군복무 대신 보내서 메꾸는 공공의료 시스템, 위기마다 공보의에 의존하는 현행 응급의료 시스템이 문제”라며 “이대로라면 그나마 공보의마저 감소해 지역 의료 공백 문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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