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살아난 MBN… 2심 "업무정지? 실질적으론 업무취소"
2심 "자본금 불법 충당, 방송 과정에서 저지른 것 아니야"… 1심과 상반
상고·재처분 여부 지켜봐야… MBN 구성원, 사측에 "쇄신책 마련해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MBN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은 사실상 업무 취소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업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MBN의 손을 들어줬다. MBN의 자본금 불법 충당 행위가 잘못된 것은 맞지만, 업무정지를 내릴 만큼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MBN 구성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MBN이 내부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 최수환 부장판사는 25일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달리 MBN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은 적절해 보이지만, 업무정지 6개월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가 업무정지에 따른 언론기관의 공적 자유 훼손 등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히면서 “직·간접적 영향을 고려하면 업무정지라는 외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업무 취소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통위는 (업무정지) 처분에 앞서 방송의 자유나 언론기관의 공적 가치가 훼손될 여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했어야 했지만 심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MBN의 종편 자본금 불법 충당이) 방통위의 심사업무에 영향을 미친 부정행위라고 해도, 이런 비위행위가 방송 과정에서 저지른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은 공익 침해 정도와 그로 인한 MBN의 불이익을 적절하게 비교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1심 판결과 상반되는 논리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1월 “MBN은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가지면서 그에 따라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이 요구된다”며 “MBN은 고의로 비위행위를 했고 방법과 내용, 지속 기간과 그로 인한 공익 침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MBN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윤범기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자본금 불법 충당 행위는 보도와 제작 일선에 있는 직원들은 알지 못했던 사실”이라며 “일부 경영진의 잘못으로 날벼락같은 처분이 내려진 건데, 2심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했다. 윤 지부장은 “업무정지 처분은 폐국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업무가 정지된 6개월 동안 채널 번호가 뒤로 밀릴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방송사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방통위가 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며, 대법원에서 MBN이 승소하더라도 방통위의 재처분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이하 MBN지부)는 25일 성명을 내고 “MBN 사측도 국민 여론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반성의 의지와 내부 개혁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MBN지부는 “시청자들에게 떳떳한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공익성 확보를 위한 내부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사측은 이번 재판을 통해 어렵게 주어진 소중한 개혁의 기회를 헛되이 하지 말고 MBN 정상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MBN 기자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확정판결이 나더라도 방통위의 재처분이 기다리고 있다. 업무정지의 위기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 만큼, 강도 높은 쇄신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MBN 기자협회는 “방통위의 처분 이후 수많은 기자 동료가 MBN을 떠났다. 이들은 모두 생계만큼이나 보도 기능의 제약을 우려하며 이직을 택했다”며 “경영진은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환골탈태의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자 직군을 비롯해 모든 구성원과의 소통 역시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25일 브리핑에서 “(고등법원이) 방통위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추가 법리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 1심과 2심 결과가 달라서 판결문을 보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MBN은 종합편성채널 설립 과정에서 납입자본금 3950억 원 중 556억 원을 불법충당했다. 임직원 차명 대출을 통해 자사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2019년 이를 적발하기 전까지 방통위는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MBN은 2011년 최초 승인 이후 두 차례의 재승인을 통과했다. 이에 방통위는 2020년 11월 MBN에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MBN은 방통위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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