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훈풍 혼자 피해간 코스피…"밸류업 지수가 악재"

김남석 2024. 9.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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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로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5.36포인트(1.34%) 내린 2596.32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8.05포인트(1.05%) 내린 759.30으로 약세를 보였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피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전날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높아졌던 기대감이 일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9월 소비자신뢰지수에도 중국의 '패키지 부양정책' 호재로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또 한번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밖에 중국 상해종합(1.24%), 홍콩 항셍(0.73%), 영국 FTSE100(0.28%), 프랑스 CAC40(1.28%), 독일 DAX(0.80%) 등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니프티225는 장 마감 직전 하락 전환했지만 낙폭은 0.19% 수준에 그쳤다.

통상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내수경제 활성화에 따른 수출 확대 기대감으로 대부분의 국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역시 대표적인 수혜 국가로 꼽힌다.

이제충 홍콩 CSOP자산운용 상무는 "중국 소비가 회복되면 장기적으로 대중 수출이 좋아져 코스피나 다른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하지만 현재 중국의 영향보다 국내 시장 매력도가 더 중요해 단기적인 코스피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실망감이 이같은 호재를 모두 지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수 편입 종목의 차별성 부족, 기대와 다른 선정기준 등으로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 매도세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시장 참여자들은 그동안 '밸류업' 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을 떠올렸다"며 "하지만 이번 발표된 밸류업 지수의 평균 PBR은 기존 코스피200 지수보다도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실망감을 방증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금융 업종 9개 종목의 주가는 이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밖에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 이번 지수 편입이 불발된 종목까지 일제히 주가가 떨어졌다.

다른 시장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밸류업 종목'과 이번 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다르다 보니 그동안 금융주에 선반영됐던 주가가 일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코스피 종목 중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을 보면, 투자자들이 밸류업 지수에 원했던 바가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종가 기준 지수에 편입된 코스닥 종목 33개 가운데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6개에 불과했다. 코스피 67개 종목 중 28개가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날 시장 수급에서도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총 559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 투자자는 746억원 순매수했지만, 장 초반 거센 매도세를 보이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보인다. 기관만 나홀로 728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 증권사에서도 이번 밸류업 지수에 대해 '(지수가) 길을 잃었다', '밸류 다운'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한 시장 전문가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지수 발표 이후 기대감을 완전히 접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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