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요리엔 와인이 국룰? 위스키 곁들이면 깜짝 놀라죠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4. 9. 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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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 발베니와 조화된
스페셜 다이닝 선보여 주목
위스키 주원료 보리에 맞춰
전복·장어에 보릿가루 더해
입안 가득 새로운 조화 느껴
"음식·주류의 룰 점점 사라져
미식의 벽 계속 허물어갈 것"
8년 연속 미쉐린1스타 선정 라미띠에 오너 셰프 장명식

미식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하는 요즘, 큰 자본 없이 20년 가까이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수십만 원에 이르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으로 살아남았다면 경기 침체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대단한 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살아만 남은 것도 아니다. 미식가들의 바이블과 같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1스타 레스토랑으로 꼽혔으며 2022년에는 미쉐린 멘토 셰프상을 받기도 했으니 살아남을 만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주인공은 바로 2006년부터 라미띠에(L'amitie)의 오너 셰프인 장명식 셰프. 그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와 함께 위스키 푸드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는 스페셜 다이닝을 9월 한 달간 선보여왔다. 와인과 프렌치 요리의 마리아주는 일반적이나 위스키라니? 무언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선입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프렌치 퀴진 1세대 셰프인 그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섰을까?

먼저 그가 발베니와 페어링한 요리부터 살펴보자. 스페셜 다이닝은 디너 코스로 진행되는데, 10가지의 코스 중 2가지 메뉴에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와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가 페어링된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와 페어링된 리크 퓨레를 곁들인 전복과 장어.

먼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와 페어링된 리크 퓨레를 곁들인 전복과 장어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바로 보리다. 몰트 위스키인 발베니의 주원료가 보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장어와 전복 요리에는 리크 퓨레 소스 안에 보리가 숨겨져 있다. 서양대파 리크로 만든 크리미한 소스에 팬에 볶은 보리가 가루처럼 미세하게 들어간 것! 장 셰프는 "보리로 위스키를 만든다는 점에 착안해 장어 밑에 깔린 리크 퓨레에 보리를 갈아 넣었고, 은은한 고소함이 입안에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어는 오미자 소스를 살짝 발라서 겉면을 한번 구웠는데 처음에는 지금까지 장어에서 느껴보지 못한 시큼함에 살짝 놀랐으나 점차 장어와 크림소스가 조화를 이루면서 느끼함을 잘 잡아줬다. 전복은 화이트 와인에 두 시간 이상 부드럽게 쪄내 야들야들한 식감이 훌륭했다. 장어 아래쪽에는 화이트 트러플 소스가 살짝 가미된 허브라이스가 마치 초밥 형태를 띠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의 향긋한 스파이시함과 조화를 이루는 데 충분했다.

발베니의 기본인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12년간 아메리카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해 부드러움을 더하고 이후 9개월 동안 유러피언 셰리 오크통에 옮겨 담아 추가 숙성시켜 달콤한 향을 가미했다. 장 셰프는 "장어를 오미자청으로 코팅해서 구웠는데 어떻게 보면 이 발효된 느낌이 오크통에서 숙성한 발베니랑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와 페어링한 '코코넛 소스와 브리오슈 아이스크림'.

또 다른 메뉴는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와 페어링한 '코코넛 소스와 브리오슈 아이스크림'이다. 사과와 코코넛 소스를 넉넉하게 깔고, 콩포트한 루바브를 담았다. 콩포트는 설탕에 조린 요리로, 잼보다는 좀 더 과육을 살아 있게 만든다. 또한 크림치즈와 브리오슈 아이스크림, 말차 케이크가 어우러졌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더 달콤함이 추가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아주 살짝 들었다. 장 셰프는 이 디저트와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를 페어링한 이유로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의 달콤한 과일 풍미, 균형 잡힌 플로럴 향, 그리고 산뜻한 피니시를 꼽았다.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는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16년간 숙성하고 고급 포트 와인 피노 드 샤랑트를 숙성했던 피노 프렌치 오크 캐스크에서 피니싱을 했다. 균형 잡힌 플로럴 향이 느껴지는 동시에 레몬과 자몽의 상큼함도 느껴지는 위스키다. 장 셰프는 "위스키나 코냑을 디저트와 많이 먹는 측면도 있지만 발베니 16년 프렌치 오크에서 약간 달콤한 향이 좀 더 진하게 올라와 디저트랑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 셰프는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와 함께한 위스키 푸드 페어링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일반적으로 프렌치 요리랑 와인이랑 같이 하고 독주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코냑을 내놓기도 하지만 위스키는 흔치 않다"면서 "발베니가 굉장히 좋은 시도를 했다고 본다. 예전에는 음식을 먹는 데도 룰이 있고 술을 즐기는 데도 룰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게 거의 없어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파인 다이닝과 위스키가 협업한다고 하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라미띠에에서 발베니 스페셜 다이닝을 드시는 분들은 미리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하시고 위스키를 드시더라"며 "이런 시도를 통해 미식의 벽이 점차 허물어질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내후년에 라미띠에 20주년을 맞이한다. '은퇴'라는 단어를 고민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접어들었다.

장 셰프는 "올여름에 정말 더웠다. 주방 안은 음식이 식을까봐 에어컨을 설치하지도 못한다"면서 "극심한 더위가 오니까 체력도 부치고 '이제 그만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요리를 시작할 때 딱 55세가 되면 은퇴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은퇴해서 할 것이 없다. 은퇴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의 입에서는 역시 '라미띠에'가 가장 먼저 나왔다. 그의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애증의 공간이자 그의 분신 같은 곳이기 때문일 터.

장 셰프는 "너무 슬프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이곳에 제 젊음을 다 쏟은 거다. 그래도 잘 버텼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또 "20년 후에도 라미띠에가 있었으면 좋겠고 누가 하든 이 브랜드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라지지 않게 많이들 찾아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장명식 셰프

△경주호텔학교(1993년) △웨스틴 조선호텔(1994~2005년) △라미띠에(2006년~) △2017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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