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채 상병 'VIP 격노설'에 '답변 못한다' 회신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군사법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서면 질문에 윤 대통령 측은 답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사법원은 앞서 지난 3일 7차 공판에서 박 대령 측이 사실 조회를 신청한 6가지 항목 가운데 3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3일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VIP 격노설과 관련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 등의 발언을 대통령이 했는지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묻고자 하는 사실조회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채택한 것입니다.
재판부서 받아드린 내용은 윤 대통령에게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과 "임성근 사단장 등을 형사입건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느냐고 물어봐 달라는 박 대령 측 요청을 수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날(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유선 전화번호인 '02-800-7070'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는지 그리고 했다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도 받아들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해당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답변한다면 사실상 서면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라 답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어제(24일) 오후 박 대령 항명 혐의를 심리 중인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국가안보 사항이라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실 조회 회신을 보낸 것입니다.
이날 재판에는 해병대 전 중앙수사대장 자리에서 박 대령을 직속상관으로 뒀던 박 모 중령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박 중령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통화 내용이 지난해 9월 공개된 바 있는데 당시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박 대령이)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박 중령은 증인 신문에서 녹취 파일을 자신이 박 대령에게 줬다며 "사건 생기고 나서 돌아가는 모양이, 단장님(박 대령)이 억울한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파일을 단장님한테 드리면서 '군검찰도 군사법원도 국방부(소속이)니 어렵다, 2심 민간 법원에 나가서 할 때 쓰시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녹취가 공개된 후 질책을 여러 번 받았다며 "어느 정도 군 생활을 잘해오던 저라는 사람이 한순간에 사령관님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 됐다. 지금까지도 이것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8차 공판은 채상병이 살아 있었더라면 전역했을 날인 26일 하루 전 열려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채상병 모친은 이날 대한민국순직국군장병유족회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며 "다른 동기들이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너무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썼습니다.
모친은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공판에 앞서 박 대령 측이 군인권센터 등과 함께 마련한 기자회견에는 2014년 육군에서 선임병들의 구타로 숨졌으나 군이 '만두를 먹다가 질식사했다'고 허위로 발표했던 고 윤승주 일병의 모친 안미자 씨가 동참했습니다.
안 씨는 "국가는 나라 지키라고 보낸 군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아이가 싸늘하게 돌아온 것인지 확인해 줄 의무가 있다"며 "박 대령의 양심을 지켜주고 싶고, 그래야 그런 박 대령을 보고 배울 후배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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