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냐 '분할'이냐…SPC의 미래시계 '카운트다운'

김아름 2024. 9.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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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수 사장, 해외 베이커리 시장 공략
허희수 부사장, 던킨·쉐이크쉑 진두지휘
승계구도는 아직…분할 가능성도 제기
그래픽=비즈워치

SPC의 3세들이 그룹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정체에 빠진 사업을 두 아들들이 나서서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인 데다, 지병까지 있는 허 회장이 물러나고 본격적인 승계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는 장남·신사업은 차남

SPC그룹에 따르면 허진수 SPC 사장은 지난 19~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파리바게뜨의 동유럽 진출 방안을 모색했다. 허 사장은 체코에서 파리바게뜨 유럽 리더십 회의를 열고 체코 투자청장, 금융당국 관계자 등을 만났다. 허 사장은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의 베트남과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등 SPC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허진수 SPC그룹 사장/사진제공=SPC

특히 허 사장은 2014년 글로벌부문장을 맡은 후 그룹의 해외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맡기 전인 2013년 4개국(중국·미국·베트남·싱가포르)에 170여 개 매장이 있던 파리바게뜨는 허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담당한 이후 프랑스·영국·캐나다 등 11개국에 600여 개 매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베이커리를 제외한 신사업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국내 버거 시장에 프리미엄 열풍을 불러 온 쉐이크쉑 등 외식 사업을 주도했다. 또 그룹 내 ICT부문을 담당하는 계열사 섹타나인도 허 부사장 담당이다. 

던킨 원더스 오픈 소감을 밝히는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사진제공=SPC

최근엔 도넛 브랜드 던킨의 플래그십 매장인 '던킨 원더스'를 론칭하면서 이례적으로 허 부사장이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SPC그룹에 따르면 허 부사장은 브랜드 로고 디자인부터 메뉴 개발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등 던킨 원더스 론칭에 큰 역할을 했다. 

승계 이뤄질까

업계에선 보석으로 풀려난 허 회장이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것은 아닌 만큼 SPC그룹이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SPC그룹은 아직 본격적인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SPC삼립의 경우 허 회장(4.64%)보다 두 아들의 지분이 많다. 하지만 허진수 사장이 16.31%, 허희수 부사장이 11.94%를 보유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SPC삼립 지분을 40% 넘게 갖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경우 허 회장이 63%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허 사장이 20.33%, 허 부사장이 12.82%를 갖고 있다. 허 회장의 부인인 이미향 감사가 나머지 3.54%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SPC삼립 지분구조/그래픽=비즈워치

두 형제가 각자 맡은 부문을 독립 경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 사장이 파리바게뜨를, 허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쉐이크쉑 등을 맡는 식이다. 전례도 있다.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장남인 허영선 회장에게 회사의 주축인 삼립식품을, 허영인 회장에겐 고급케이크를 생산하던 샤니를 물려줬다. 

실제로 지난해 SPC는 쉐이크쉑을 물적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8월에는 허 부사장이 맡고 있는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쉐이크쉑과 비알코리아를 허 부사장에게 넘겨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쉐이크쉑 매장/사진제공=SPC

문제는 허 회장의 건강이다. 허 회장은 1949년생으로 70대 중반이다. 건강도 좋지 않다. 지난 4월엔 검찰 조사를 받다가 심장 통증을 이유로 병원에 긴급 입원하기도 했다. 허 회장 본인도 이달 열렸던 보석 심사 때 판사에게 건강 악화를 호소했다. 조만간 승계 관련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보면 둘 중 한 명이 그룹 전체를 승계하기보다는 각자 맡고 있는 영역을 안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허 회장의 남은 재판 결과가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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