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 현장서 사망사고 내고 ‘블랙박스 메모리’까지 훔친 레카기사

고속도로 사고 부상자 추돌해 사망케하고 도주한 혐의
법원, 징역 6년 선고…“유족이 피고인 엄벌 탄원”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픽사베이

고속도로 추돌사고 현장에서 1차 사고 부상자를 추돌해 사망케하고 피해자의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까지 훔친 뒤 도주한 레커(wrecker) 기사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2단독(이필복 판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레커기사 A(3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28일 오전 2시50분쯤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 방면 상번천 졸음쉼터 인근에서 아우디 차량 운전자인 30대 B씨가 1차로에 정차중이던 20대 C씨의 액티언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액티언 차량 운전자 C씨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B씨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한국도로공사 및 소방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아우디 운전자 B씨는 고통을 호소했으나 의식을 유지한 채 본인 차량 옆에 주저앉아 있었다. 실제로 앞서 B씨는 직접 119에 신고까지 했다. 그런데 돌연 B씨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B씨와 C씨 모두 사망했다.

조사 결과, B씨의 사망 원인은 레커차 기사들 간의 과열 경쟁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엔 레커 5대가 출동해 견인 경쟁을 벌였는데, 이 중 A씨의 레커차량이 중앙분리대와 1·2차로에 걸쳐있던 아우디 차량 사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면서 부상자 B씨를 치고 넘어갔던 것이다. 이같은 장면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차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B씨 시신을 부검한 뒤 "차량이 밟고 지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A씨는 적절한 구호조치 없이 사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자신의 가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B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훔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후 경찰에 검거된 A씨는 "B씨가 이미 숨진 줄 알았다"면서 "2차 사고로 덤터기를 쓰게 될까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추돌사고로 다쳐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견인차로 넘어가고 구호조치 없이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이후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꺼내 은폐한 점 등으로 미뤄 과실이 중하다"면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A씨)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다만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