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자' 이재명·조국, 어쩌다 '호남 혈투' 벌이게 됐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남 영광·곡성에 이어 부산 금정을 방문했다.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맞붙는 곳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바람몰이하며 판세가 요동치자 조기 진화를 위해 이 대표가 직접 순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심판을 외치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이 서로에 창을 겨루게 된 것은 양당의 상반된 이해관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 김경지 민주당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김 후보에게 마이크를 내준 뒤 가장 마지막에 발언한 이 대표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튼튼해진다"며 "김경지 후보가 금정구청장을 맡게 되면 새로운 희망이 싹틀 것이고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4개 (재·보궐선거) 지역에서 모범을 보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23일 전남 영광 장세일 민주당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사흘 연속 재·보궐 선거 후보 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영광에서 "전남도민께서 민주당을 흡족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다. 큰 차이를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한 걸음씩 더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견제 세력을 자처한 조국혁신당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 등 기초단체장 4명과 서울시 교육감 1명을 뽑는다. 조국혁신당은 이 가운데 금정구청장·영광군수·곡성군수 등 세 지역에 후보를 냈다. 영광·곡성에서 민주당과의 승부를 예고한 조국혁신당은 금정구청장의 경우 범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강화군수 선거에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는 만큼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단 논리를 펴며 사실상 출마 포기를 요구 중이다.
민주당을 자극하는 조국혁신당의 모습은 지난 4월 총선 때와 상반되는 게 사실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며 민주당과 연대해 윤석열정권에 맞서겠다는 점을 어필했다. 제22대 국회 임기 첫날 조국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임기를 완주하겠지만 민주당과 연대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제22대 국회가 시작된 후 양당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조국혁신당이 요구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와 당의 총선 1호 공약인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의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해 협조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서다.
지속가능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국혁신당 나름의 사정이 더해져 이번 재보궐 선거가 한층 뜨거워졌단 분석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당선시킬 수 있는 정당'이란 이미지가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품고 있다.
절박함은 조국혁신당의 총력전으로 이어졌다. 영광·곡성군수 선거에서 양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인 민주당도 신경전을 펼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남 지역구 의원들 중심으로 선거지원단을 꾸렸던 민주당 내부에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이 대두됐고 이에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본이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은 지더라도 남는 게 있는 선거지만 민주당은 이겨도 본전이고 패하면 뼈아픈 선거가 됐다"며 "호남 맞대결뿐 아니라 부산에서의 후보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조국혁신당의 바람몰이를 조기에 잠재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이 대표와 지도부가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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