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완전자율·주4일 근무…직원 육아 도왔더니 이직 확 줄어
'시차출퇴근제', '스마트워크', '난임치료휴직' 등 맞춤형 지원책 속속
"제도, 관행은 물론 문화까지 바꾸기 위해 경제계와 협력"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화장품 제조 중견기업인 마녀공장은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각자의 생활방식에 맞게 일하며 육아시간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25일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겸 성과공유회를 열고 기업 내 일·가정 양립과 상생협력 관련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저출산위에 따르면 마녀공장은 완전 자율 출퇴근제 도입 후 2021년 말 기준 46%였던 이직률이 2023년 말 기준 12%로 대폭 낮아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47억원에서 1천18억원으로 57.3% 이상 급증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의약품 제조 중소기업인 한화제약에서는 생산직·사무직·영업직 등 직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집합근무가 필요한 생산직 직원들은 월요일과 목요일에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11시간 30분씩 일하도록 해 금요일과 주말 휴무를 보장하는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사무직과 연구직 직원은 '시차출퇴근제', 외근이 많은 영업직 직원은 휴대기기를 활용해 외부에서 일하는 '스마트워크'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저출산위는 "이러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제조업체도 생산성 하락 없이 주4일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자녀 양육을 목적으로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하는 직원의 71%가 남성인 점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임신 전부터 육아기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세밀한 지원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임신 전에 연간 최대 6일의 유급 난임치료 휴가를 주고, 장기간 안정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연간 최대 3개월의 '난임치료휴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 시 평균 수준의 인사평가 등급을 보장하고, 복직 시 원래 일하던 부서로 복귀하도록 제도화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그룹사와 협력사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직원 자녀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협력사 직원들은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상생형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길 수 있어서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585쌍의 난임부부에 진단 검사비를 지원했고, 10월부터는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병실 입원료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또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전국에 공동육아시설인 '신한꿈도담터'를 200곳 조성했고,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위해 대중소상생협력기금에 100억원을 출연했다.
지자체 중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출산과 양육 지원제도를 운용하는 서울시 사례가 소개됐다.
서울시는 중소기업에서 출산 장려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를 시행할 경우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하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 경력보유 여성대체인력 파견 및 인건비 지원 ▲ 야간·긴급돌봄 민간서비스 이용료 지원 ▲ 임신·출산에 따른 휴업 시 임대료 및 영업손실액 최대 50만원 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인과 근로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차 등으로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30분간 휴게 시간을 가져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가 원하면 휴게 없이 곧장 퇴근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을 받았거나, 고용노동부의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한다. 또 지자체와 함께 이들 기업에 대한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직원의 육아휴직에 따라 당장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협회,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진흥협회 등 직종별 협회와 함께 소속 회원 등의 구직수요를 발굴해 대체인력 풀을 구성할 계획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임신·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 제도화도 추진한다.
포스코의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 운영사례를 참고해 정부 청사에서 운영 중인 국립 직장어린이집 18곳부터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10월 중 관련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자영업자와 플랫폼종사자, 특수고용·예술인 등에 대한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원대상의 범위와 지원방식,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통해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결혼·출산과 관련한 두차례의 인식조사 결과 지난 3월에 비해 9월에 미혼남녀의 결혼 의향은 4.4%포인트, 자녀가 없는 남녀의 출산 의향은 5.1%포인트 증가했다"며 "긍정적 모멘텀을 저출생 추세 반전의 계기로 확실하게 만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구감소시대에 맞게 장시간 근로관행이나 양성 차별적 인사 관행, 육아지원 관련 제도를 사용할 때 눈치를 봐야 하는 사내 문화 등 제도와 관행을 물론 문화까지 바꾸기 위한 노력을 경제계, 금융계와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사례를 포함해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선 대기업 7곳, 중견기업 8곳, 중소기업 8곳, 금융권 12곳 등 35개 기업의 사례를 담은 사례집은 향후 전국 기업과 지자체, 유관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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