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정 못해” 민사 1심 항소율, 매년 증가해 절반 육박

방극렬 기자 2024. 9. 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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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신속∙충실 재판 안 돼”
대법원 깃발. /뉴시스

법원의 재판 지연 심화로 민사 소송 1심 사건 처리가 매년 늦어지는 상황에서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율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법원 재판이 신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충실하게 이뤄지지도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대법원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전국 법원에서 민사 1심 합의부 사건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한 비율은 48.5%를 기록했다. 1년 동안 민사 합의부에서 선고된 1심 판결 2만 691건 가운데 1만 40건에서 항소한 것이다.

당사자들이 1심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해 불복하는 항소율은 최근 4년 연속 증가 추세다. 민사 합의부 사건의 항소율은 2020년 32.5%에서 2021년 41.7%, 2022년 45.3%로 계속 높아져 왔다. 같은 사람이 소송을 남용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같은 기간 항소율은 43.5%(2020년)에서 48.5%(2023년)으로 늘었다.

전국 고등법원 민사부에서 1심 합의부 판결이 취소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항소심에 올라온 민사 1심 판결 1만 3240건 중 4328건(32.7%)이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취소되는 비율은 2020년 19.9%에서 2021년 24.0%, 2022년 27.9%로 상승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1심 법원 판결이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해 추가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민사 소송 사건이 처리되는 기간 역시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한 해 민사 1심 합의부 사건이 종결되기까진 평균 473.4일이 걸렸다. 전년(420.1일) 대비 53일 늦어진 것이다. 2018년(297.1일)부터 2019년(298.3일), 2020년(309.6일), 2021년(364.1일)까지 해마다 길어지고 있다.

재판 단계별로 보면 첫 재판 기일을 잡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 1심 소송을 제기한 뒤 첫 변론 기일까진 평균 134.7일이 걸렸다. 이후 변론 종결까지 54일, 판결 선고까지 15.4일이 소요됐다. 2심에서는 항소가 접수된 뒤 첫 기일까지 206.2일이 걸렸고 변론 종결까지는 92.3일, 판결 선고까지는 43.7일이 필요했다.

법경제학회장 출신인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판결의 신속성은 물론 충실성까지 악화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판사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예산과 정책, 데이터 등을 엄밀하게 분석해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양형 심리의 충실화, 법관 사무분담 장기화 추진 등을 통해 재판 지연 해결에 나섰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1심 심리의 신속화와 충실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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