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출근제' 하니 이직율 30%↓…'일·가정 균형' 우수 中企 세무조사 유예
근로기준법 개정해 휴게시간 30분 없이 퇴근 추진
임신·육아기 근로자,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제도화
국·공립 및 公기관 어린이집 지역 주민 등에 개방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앞으로 단축근무, 반차 등으로 4시간만 근무할 경우 휴게시간 30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퇴근할 수 있다. 가족 친화적이거나 일·생활 균형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도 유예하고, 정부청사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지역 주민 등에 개방할 예정이다. 또 '완전 자율출근제' 실시 후 이직율이 줄고 매출은 늘어난 기업 사례도 공개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5일 중기중앙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겸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4시간 근무 시 바로 반차 퇴근…세무조사 유예·어린이집 확대
가족친화인증 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충북 등 지방자치단체들과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세무조사 유예 기간은 국세 부과제척기간인 5년 범위에서 결정된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정기 세무조사 유예는 국세청과 이미 협의가 된 사안이라 내년부터 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현재 가족친화기업이 5900개가 되는데 이 중 중소기업이 4100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은 매년 100개 선정하는데 이 중 중소기업은 60~70개 정도"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와 같은 유연근무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임신·육아기 근로자에 대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을 허용하는 유연근무 제도화를 검토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내 육아휴직 등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직종별 협·단체 소속 또는 등록된 개인회원들의 구직 수요를 적극 발굴해서 대체인력 풀을 구성하고 직종별 온라인 채용관도 신설·확충할 예정이다.
배우자 출산 휴가와 관련해서는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청구'하도록 돼 있어 사업주의 '허용'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고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근로자가 좀 더 쉽게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 정부청사에서 운영 중인 국립 직장어린이집 18곳 중 정원충족률에 여유가 있는 곳은 지역 주민 등에 개방한다. 서울, 과천, 세종, 대전 등 정부청사의 정원충족률은 68% 수준이다.
지자체 운영 직장어린이집 148곳의 경우 제2차 저고위·지자체 협의체 논의 등을 통해 개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청사 외 국가기관(328곳), 공공기관(138곳)에서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도 정원충족률에 여유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상생형 직장어린이집을 건립하거나 기존 시설을 전환할 경우 설치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운영비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65개인 상생형 어린이집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최소 100개 이상으로 확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플랫폼종사자, 특수고용·예술인 등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관계 부처 TF 논의를 통해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지원 대상 범위, 지원 방식,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완전 자율 출퇴근제로 이직률 '뚝'…주4일 근무제 도입도
주요 기업을 보면 화장품 제조 중견기업인 마녀공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필수근무시간대(코어타임)마저 없는 완전 자율 출근제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업무에 몰입하고 충분한 육아시간도 확보했다. 그 결과 이직률은 2021년 46%에서 지난해 12%로 급감했으며 매출액은 2021년 647억원에서 2022년 1018억원으로 증가했다.
의약품 제조 중소기업인 한화제약의 경우 집합근무가 필요한 생산공장에서는 주4일제 근무제를 도입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은 시차출근제를, 영업직 직원들은 스마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맞춤형 유연근무 제도로 제조업체도 생산성 하락 없이 주4일제 도입에 안착했다.
LG전자는 연간 최대 6일의 유급 난임 치료 휴가를 부여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3개월의 난임 치료 휴직 제도도 운영 중이다. 임신기에는 법정 육아휴직과 별도로 6개월간 임신 휴직을 부여하고 급여 삭감 없는 임신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2년까지 사용 가능하며 육아휴직 사용 시 인사상 불이익도 방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그룹사, 협력사, 지역 중소기업 직원 자녀까지 이용 가능한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또 전체 정원 중 협력사 자녀 비중 50%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85쌍의 난임부부에 진단 검사비를 지원했으며 다음 달부터는 난임부부 진단 검사비 추가지원과 함께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병실 입원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공동육아시설인 신한꿈도담터도 전국 200곳 조성했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을 위해 대중소상생협력기금에 100억원도 출연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우 정부지원금(2025년부터 최대 월 120만원)에 더해 지급되는 추가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출산 장려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면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하고, 시에서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과 위기 극복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 인식과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며 "정부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방안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저고위에서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이달 진행한 결과 미혼남녀의 결혼 의향이 지난 3월보다 4.4%포인트(p), 자녀가 없는 남녀의 출산 의향은 5.1%p 증가했다"며 "긍정적 모멘텀을 저출생 추세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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