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시간 토론서 최재영 기소 권고 끌어낸 ‘결정타’는···‘직무관련성’ 집중 질의

이창준·김혜리 기자 2024. 9. 25. 15: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 “최 목사, 청탁 어투도 아니었고,
청탁한 자리는 존재하지도 않아”
최 목사 측 “‘교사와 학생’ 관계처럼 직무관련 있다”
장장 8시간 ‘송곳 질의’ 날린 수심위원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가 2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기소 권고를 내린 데에는 8시간의 토론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측의 ‘가방 제공과 윤 대통령 직무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주장에 15명 중 과반인 8명의 수심위원이 수긍했다.검찰의 수사내용 설명을 두고 수심위원들은 집중 질의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김 여사가 등장하는 새로운 영상 증거 등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열린 최 목사 수심위는 검찰과 최 목사 측의 각각 2시간이 넘는 PPT(파워포인트) 발표로 시작됐다. 김 여사 수심위 당시엔 1시간 정도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은 이전 수심위의 2배 이상 시간을 써서 각자 상반된 주장을 폈다. 양측 설명 과정에서 수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전날 오후 2시에 시작됐던 수심위는 오후 10시를 넘겨서야 종료됐다.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이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것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된 행위였느냐는 것이다. 먼저 발표에 나선 검찰이 “최 목사의 청탁 내용이 대통령의 직무와 구체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가방을 건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청탁도 아닐 뿐더러 직무관련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부탁하는 최 목사의 어투가 ‘청탁의 어투’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정적으로 ‘임명해달라’고 하지 않고 ‘임명해줄 수 있느냐. 힘들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에 청탁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나아가 국정자문위원은 실제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최 목사 측은 양측의 관계 자체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반박에 나섰다. 최 목사 측 법률대리인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최 목사가 앞서 윤 대통령 만찬에 초대받은 데다 포괄적인 대통령 직무인 대북 정책에 대해 자문을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한 만큼 최 목사와 김 여사의 관계는 일반적인 친분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소명했다. 류 변호사는 ‘교사와 학생은 특정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관계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금품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비유도 들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4.09.24. 정효진 기자

수심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수사팀에게 ‘국정자문위원 임명이 왜 대통령 직무와 연관성이 없느냐’, ‘최 목사 수심위에서 왜 김 여사를 방어하는 논리를 펼치느냐’ 등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날 수심위에서 최 목사 측은 유도신문 등 검찰 수사가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설명하고, 기존에 제출하지 않은 증거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변호사가 이날 제시한 새 영상 증거는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받고 바로 돌려주라고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지시했다’는 김 여사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류 변호사는 전날 수심위를 마치고 나오면서 “위원들이 (영상에) 관심이 꽤 있으셨다”며 “영상 하나는 10분 정도 충분히 재생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영상은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위원들 판단에 크게 영향은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를 마친 뒤 일부 위원은 ‘수사 계속’ 의견을 표명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수심위는 전날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제기 의견 8명, 불기소 처분 의견 7명으로 공소제기를 권고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