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원화' 들쑤시고 "이제 논의 시작"…국교위 이대로 좋나
수능 이원화 등 논란 된 정책 두고 "이제 논의 시작"
토론회 계기로 방향 잡고 정책 구체적으로 검토할 듯
전문위 논의 내용 사전 유출돼 이미 교육계 큰 혼란
"검토된 바 없다" 해명도 믿음 못 줘…국교위가 자초
구조적 '정부여당 거수기' 논란에 비밀주의 운영까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중장기 교육 정책을 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로부터 논란이 큰 정책 제안 내용이 잇따라 새어 나가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교위는 일부 전문위원의 설익은 주장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교위가 정부 여당의 '거수기' 아니냐는 논란을 안고 출발했고, 설립 취지와 달리 비밀주의로 일관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이원화' 연막만 피우고…"이제 논의 시작한다"
토론회 사전에 공개된 발표 자료에는 최근 알려져 논란이 된 대입 제도 개편 방안과 같은 정책은 없었다.
대신 '모두 함께 성장하며 희망을 키우는 학습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각 교육 분야별로 포괄적인 방향성을 담은 13가지 주요 방향을 제시한 데 머물렀다.
출발선인 영유아와 초등교육 단계는 ▲유보통합 현장 안착과 영유아교육의 질 제고 ▲늘봄학교 안착 ▲교육취약집단 범위의 확대 및 적극적 지원을 제시했다.
초·중·고 교육에 해당하는 방향으로는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평가 및 대입체제 구축'을 비롯, ▲교원체제 전반의 개혁 ▲기초학력 보장부터 미래 인재 양성까지의 국가책임제 실현 ▲인성교육 확대 등이 담겼다.
대학과 평생교육에서는 ▲대학의 다양화 특성화를 위한 고등교육체제의 전면적 재구조화 및 정부 투자 확대 ▲연구·경쟁력 제고 ▲평생학습 역량강화 ▲지역과 함께하는 진로·직업교육 강화 등을 명시했다.
여기에 유연한 학사, 자율과 협력의 교육 거버넌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교육기반' 방향으로 들었다. 사교육 과열과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제도 정비는 교육의 '사회적 과제'로 12개에 1개를 덧댄 형태로 제시했다.
이배용 국교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2026~2035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여는 시작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자문 기구와 다양한 단위로부터 제안 과제를 도출하고 검토 과정을 거친다"면서 "최근 여러 자문 기구에서 개진된 의견이 정식 논의가 안 된 채 국교위 입장으로 여과 없이 공개돼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게 된 점 유감스럽고 송구하다"고 했다.
국교위는 무슨 기구길래…설익은 정책 잇달아 유출
대통령 임기보다 긴 오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밑그림인데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교위 산하 기구인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 한 위원의 발언, 전문위가 국교위 의결기구인 전체회의에 보고해 논의한 비공개 문건 속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이를테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하거나, '기초수학능력검사'와 '교과별 학업성취도 평가' 둘로 나눠 나흘에 걸쳐 치른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이후 지방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며 지역인재 선발전형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국교위 내부에선 이를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교사가 직접 채점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쓰는 고등학교 내신 평가도 학점제 도입에 따른 '부풀리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긴다고 했다.
이날 국교위는 설명자료를 내 "전문위원회 차원의 자문의견으로 국교위 차원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또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교육비전 및 핵심과제(안)'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국교위는 밝혔다.
종합하면 국교위는 이날 대토론회에서 방향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앞서 알려진 자문의견들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와 개선 방안을 잡아 간다는 이야기다.
'제안 중 하나' 6번 해명…거수기 논란에 신뢰 상실
이처럼 '위원 중 하나의 제안일 뿐'이라는 국교위 차원의 공식 해명에 힘이 실리지 않는 배경엔 근본적으로 국교위가 가진 구조적인 결함이 지적된다.
국교위 의결기구는 이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16명으로 구성된 전체회의다. 국교위 설치법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어 위원이 모두 참석하면 10명이 동의하면 된다.
국교위는 정권 변화와 정파 논리에 교육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그러나 설치법을 만들 때부터 정부와 여당이 의결권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대통령이 위원 5명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9명을 추천하며, 교육부 차관 등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국교위가 맞닥뜨린 첫 과제인 '2022 개정 교육과정' 확정 과정에서도 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 표현을 '자유 민주주의'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정파적 갈등이 크게 빚어졌는데, 국교위는 표결로 결론을 정했다.
정대화 상임위원 등 야권 성향 위원들은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취지와 무색하게 합의 없이 국교위가 소수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고 당시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현재도 국교위 재적 위원 19명 중 13명이 정부 여당 측 입장을 일방 대변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 위원장을 비롯한 대통령 지명 5명, 국민의힘 지명 3명과 기관 추천 3명,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과 보수 성향 교육감인 교육감협의회장 등 2명이다.
법에 '회의는 공개' 적혀도 비밀주의…위법 논란도
그러나 국교위 전체회의는 위원장 모두발언 외에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다가 국회에서 질타가 이어지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발전계획 중간 보고 자료도 지난 6일 전채회의 비공개 안건이었다.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지 않다.
앞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교위의 밀실논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정책을 수립 추진하도록 한 설치법 1조에 정면 위배되는 위법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런 국교위의 태생적 한계와 폐쇄적 운영 탓에 첫 발전계획을 내놓는 과정조차도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특정 정파 입맛에 맞는 제도를 밀어 붙이는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는 얘기다.
설령 국교위 말처럼 논란이 된 정책들이 발전계획에 담기지 않더라도 이미 대입 개편의 방향이라고 인식한 수험생, 학부모 사이 혼란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교사이자 교육 공무원 출신인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 "국교위의 섣부른 교육 정책 언론 플레이"라고 규정했다.
강 의원은 "국교위의 이러한 교육정책을 다루는 섣부르고 경박한 행태는 이번 뿐이 아니고 상습"이라며 "조직의 내부 단속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섣부른 교육정책을 일부 위원들이 외부로 흘리며 의도적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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