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20대 한인 여성, 美경찰 총에 사망…교포들 "공권력 못믿겠다"

김지완 기자 2024. 9. 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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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들고 경찰과 대치중 사망…"구조적 인종차별"
정신과 치료 받기 꺼리는 아시아계 문화 지적도
빅토리아 이의 아파트에 진입하는 경찰. 사진은 뉴저지주 법무장관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찰관 바디캠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조울증을 앓던 미국 뉴저지의 한 한국계 여성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지역 한인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새벽 뉴저지 포트리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한국계 여성 빅토리아 리(25)의 오빠가 경찰에 "정신적 위기에 빠진 동생이 접이식 주머니칼을 들고 있다"고 신고했다. 리가 이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을 때 출동한 경찰은 그를 진정시키고 병원으로 데려갔었다.

새벽 1시 30분쯤 경찰이 도착하자 리는 경찰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쏠 테면 쏘라"며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칼로 찌르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은 "우리는 당신을 쏘고 싶지 않다"며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약 45초 뒤 문을 부수고 집안에 진입했고 리에게 "칼을 버리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리는 앞으로 움직였고 경찰관 중 한명인 토니 피켄스 주니어가 총을 발사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리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신음했고 아파트에 함께 있던 그의 모친은 이 광경을 보며 울부짖었다. 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분 뒤 숨을 거뒀다. 이후 이 사건은 뉴저지 법무장관실이 조사하고 있다.

NYT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특이하다고 전했다. 바너드 칼리지의 라지브 세티 교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 사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4458명 중 아시아계는 2% 정도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보다도 낮다.

특히 포트리의 경찰은 치명적인 무력을 잘 쓰지 않아 지역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리는 2013년 이후 포트리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 중 두 번째다. 이로 인해 주민의 42% 이상이 아시아계인 포트리의 주민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지역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 포트리 주민인 실비아 김(51)은 "주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한다"며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마음 놓고 경찰을 부를 수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이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단체인 AAPI 뉴저지는 포트리 경찰서장과 시장, 자치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포트리 주민들이 이제 어떤 이유로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경찰의 '의료 지원 절차'와 관련된 설명과 함께 경찰관들이 관련 절차를 지키고 그에 따른 훈련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다룰 때의 경찰 정책에 따르면, 상대방이 위험한 행동을 보일 때 경찰관이 무력을 쓰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경찰관은 상대방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친절함을 베풀거나 위협하지 않는 등 상대방을 진정시켜야 한다.

AAPI는 또 토니 피켄스 주니어가 휴직 또는 행정 업무 투입중인지 여부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씨의 아버지도 피켄스의 형사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피켄스는 7월 31일 사무 업무에 투입됐으나 그가 징계를 받았는지, 형사 처벌을 받게 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 이후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문화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위원을 지낸 캐슬린 김 로욜라 로스쿨 교수는 "경찰 문화에 구조적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본다"며 "이는 경찰이 소수자 공동체를 무시해 온 역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계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기 꺼리는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앰버 리드 AAPI 이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주의를 끄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물질남용 및 정신보건 서비스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아시아계 성인은 정신 건강을 위한 자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이 총을 쏜 것이 정당방위라는 반론도 있다. 존 제이 형사사법대학의 크리스토퍼 허먼 부교수는 "누군가 3m 이내 거리에서 칼을 들고 있고 위협하고 있다면 이는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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