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이사 국감장 사퇴 선언과 함께 황당 발언' 이해하지만, 하필 왜 이 자리? '잔디 보수 요구'

반진혁 기자 2024. 9. 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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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 반진혁 기자 = 이임생 이사가 국정감사 자리에서 사퇴 발언과 함께 뜬금없이 잔디 보수를 요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전체 회의를 개최하고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이 증인으로 불러 여러 가지 문제를 질의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과 A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공정 여부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을 둘러싼 공정성 여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몽규 회장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선발하지 않은 지원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외 국내 지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과정이 이렇게 속속들이 다 알려지고 공공연히 논의되면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은 있겠지만, 결코 건설적인 과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은 쏟아졌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꾸준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박문성 해설위원도 참석했다.

박문성 위원은 "뭐가 문제인지 문제의식이 없고 공감 능력도 없다. 이를 풀어나갈 능력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3월 A매치가 있는 날 갑자기 승부 조작범 등을 사면 조치한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박문성 위원은 "승부 조작범을 A매치가 있는 날 꼼수 사면을 한 건 반스포츠적 행위다. 그래도 진행이 됐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은 하나의 어떤 사건이 아니다. 정몽규 회장 체제가 이어진다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4연임 도전을 반대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규 회장이 4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질타받는 이유는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졸속 행정과 주먹구구식 일 처리다.

여론이 거세지면서 철회했지만, 작년 3월 승부 조작범이 포함된 축구인 100명 사면 추진과 독단적으로 과정을 생략한 숲이 아닌 나무만 바라봤던 위르겐 클린스만 선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아시안컵 졸전과 설마라는 안주와 안일함에 사로 잡인 대처로 황선홍 감독의 A 대표팀, 올림픽팀 지휘 겸직이라는 선택까지 정몽규 회장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몽규 회장은 4선 도전에 뜻이 있다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출마해 선출됐고, 오는 10월 서울에서의 AFC 시상식 개최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행보가 4선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에 "모든 축구 활동이 연임을 위한 일이라는 말엔 동의할 수 없으며 결국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4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거취는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증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면접 생략, 전력강화위원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임생 이사는 "죄송하다. 명예도 걸린 문제다. 사퇴하겠다. 전력강화위원 5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통화도 안 하고 결정했다는 부분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울먹이면서 토로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선임 관련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임생 이사의 황당 발언도 이어졌는데 마지막 발언 기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잔디다. 국회의원분들께서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최근 경기장 잔디가 이슈로 떠오른 건 맞다. 팔레스타인과의 경기가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상태가 좋지 않아 손흥민이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K리그도 잔디와의 싸움이 이어지는 중이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견디지 못하고 최악의 상태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임원으로서 잔디 보수 요구 관련 발언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왜 본인들의 잘못을 지적받는 자리에서 하필 마지막 발언 기회에 이러한 언급을 했는지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건 사실이다.

STN뉴스=반진혁 기자

prime1224@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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