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보쌈에 배추 뺐어요"…'2만원' 배춧값에 소상공인 '비명'
자영업자들 "손해 보며 버텨야…손님 떠날까 중국산 못 써"
"안 오른 게 없어요. 연초부터 부춧값이 오르더니 곧바로 고추가 올랐고요. 상춧값은 한번 오른 뒤로 내려가지를 않습니다. 최근 몇년 새 인건비도 얼마나 올랐는지 말 안 해도 아시죠. 하다 하다 배춧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라버리니 곧 죽겠다는 겁니다."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국밥집에서 만난 가게 주인 이 모 씨는 점심 장사 준비를 하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알배추 등 채소를 저장해놓은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나흘이면 다 쓰는 양인데 다시 사러 가기가 무섭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국밥집을 하는 김 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에게 국밥과 겉절이, 깍두기를 함께 내놓는 그는 3일마다 배추와 무, 양파 등을 구매해야 한다. 그는 그제 3포기가 들어있는 배추 한 망을 4만 원 주고 사 왔다.
김 씨는 "배춧값이 추석 전부터 계속 오르다가 급기야 포기에 2만 원까지도 올랐더라"며 "겉절이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번 정도 배추를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랐다고 안 살 수도 없고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9474원으로 전년(6193원)보다 52.98%, 평년(7217원)보다 31.27%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0.67% 오른 수준으로 전통시장 등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2만∼2만 3000원가량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산 김치나 겉절이를 내놓는 국밥집 외에 쌈배추를 내놓는 보쌈, 족발집도 비상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보쌈집은 전날부터 급기야 수육요리에 제공하던 배추를 빼고 수육량을 조금 늘리기로 했다. 기존 메뉴 구성은 수육, 상추, 깻잎, 배추 등이다.
그러나 대다수 가게는 손님들 눈치에 당장 배추를 빼는 등의 조치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영등포구에서 족발집을 하는 사장은 "금요일(20일)에 알배추 한 박스(4kg)를 7만 원을 주고 샀다"라며 "문제는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채소들이 이전보다 질도 좋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은 배추를 꼭 써야 하는 메뉴에만 쓰려고 생각 중"이라면서도 "족발을 내놓으면서 쌈채소를 안 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체재를 찾기는 힘들고, 배추 대신 상추를 좀 더 주는 정도인데 상추도 얼마나 비싼지 모른다"고 한탄했다.
인근에서 한식집을 하는 전씨는 "김치를 대체할 반찬이 무엇이 있겠냐. 한국 사람들은 김치 안 먹고는 못 산다. 김치를 반찬에서 뺄 수는 없다"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면서도 그대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그냥 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밥집 사장 김씨는 "국밥에 김치를 안 주는 게 말이 되냐. 지금은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라며 "고깃집을 하는 지인은 상추 같은 채소를 추가할 경우에 추가금을 2000~3000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다수 외식업자들은 배춧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정부는 aT를 통해 중국산 등 수입 배추를 수입해 도매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7일 중국산 배추 초도물량 16톤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전 씨는 "요즘 손님들 입맛이 얼마나 예민한데 중국산 못 쓴다. 중국 배추는 흐물흐물하고 수분이 많아서 국산 배추같은 식감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밥집 사장 김 씨도 "그간 계속 국산 배추를 쓰던 집에서 중국산 배추가 싸게 들어온다고 해서 그거를 사서 쓸지 의문이다. 우리집도 비싸다고는 해도 계속 국산 배추를 사서 쓸 예정"이라며 "손님들이 딱 먹어보면 (배추가)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바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배춧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주 생산지인 강원 지역의 기온도 30도를 넘어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18~20도 수준인 대표적인 저온성 채소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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