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생산 감축’…정부 적극 나서야”
대응 전략 점검 토론회 열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앞두고, 회의 유치국인 우리 정부가 정작 협약의 핵심인 ‘생산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의를 앞두고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 전략 점검과 과제’를 주제로 국회·정부·전문가·시민사회 간의 토론이 진행됐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22년부터 정부간협상위원회를 진행해왔고, 그 마지막 회의가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협약의 핵심은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 가운데 가장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생산’ 단계에서의 플라스틱 감축 여부인데, 감축을 옹호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높은 야망 연합’(HAC) 국가들의 입장과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단계에 집중하자는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협약에 대한 기대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플라스틱 오염 추방을 목표로 하는 국제운동단체 ‘비에프에프피’(BFFP·BreakFreeFromPlastic)의 이세미 글로벌 정책 고문은 “다섯 번에 걸쳐서 약 2년 동안 이런 다자간 환경 조약을 만든다는 게 정말 굉장히 이례적인 만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여정”이라며 “하지만 야심찬 타임라인보단 야심찬 조항들로 이루어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성안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들을 탈락시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애초 협약의 핵심이었던 ‘생산 감축’ 목표가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는 “연간 4%의 경제 성장을 가정할 때 재생원료로 생산된 것을 제외한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하며, 산업화 대비 기온 상승을 1.5도 안으로 제한하기 위한 글로벌 탄소 예산의 25∼3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논문 결과가 최근 나왔다”며 “생산 (단계)부터 범지구적인 저감조치가 협약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처음엔 ‘높은 야망 연합’에 참여했던 우리 정부는 생산 감축에 대해 ‘국가별 자율적 조치’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연간 생산 규모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언급하며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재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선 이처럼 생산 감축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들이 주로 나왔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그간 네 차례의 플라스틱 협약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보면 생산 감축 등 가장 우선해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입장 발표보단 재활용, 순환경제 등에 중점을 두며 어떻게든 회의가 잘 마무리될 수 있게 하려는 태도가 보인다”며 “‘감량’(production reduction)의 필요성을 더 반영해서 주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서 협약에 ‘감량’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정도의 입장은 표명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국가의 외교 전략이라는 입장으로 모호하게 가는 게 맞는 것인가”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정부 부처 관계자는 토론회에서도 원론적 입장을 전하는 데 그쳤다. 김호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환경부는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의 성안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순환 경제 이룩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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